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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나는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어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 가정은 매우 독실한 개신교 집안이었는데, 아버지는 현재 집사였고, 어머니는 권사시다. 그 형제들도 대단한데, 그중에는 목사도 있고, 목사의 사모도 있으며, 그 친구 중에도 목사가 있다. 좌우간 대단한 개신교 집안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러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런 내가 그 개신교와 멀어지게 된 것은 직접적으로는 그저 연인과 헤어지고서 실의에 빠진 탓이었지만, 간접적으로는 보통의 한국 개신교에서 나타나는 그 강력한 보수성이 한 이유가 되었고, 다른 한 이유로는 내가 얻게 된 그 불온한 생각들 때문이었다. (나는 이 불온함이 내게 외재적으로 주입되었다기 보다, 내 삶에서 점차 나타난 내재적 경향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내가 이 독실한 개신교의 가정이 가지고 있는 관념들로부터 철저하게 물려받은 것들이 있다. (내가 케인즈 보다는 마르크스에게 더 친화적인 것은 다름 아니라, 이 관념들 때문이다.) 그 아버지의 성실함, 노동의 가치, 자신의 노동생산물은 노동자 자신의 것이라는 소유법칙, 노동의 신성화, 그 이기주의, 말하자면 프로테스탄트적 윤리. 그리고 진리의 존재, 구원이라는 관념, 혹은 목적성, 성경구절을 인용하자면, '진리가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명제. 이것들이 바로 내가 개신교에게 물려받은 관념들이다.
노동, 진리, 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