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5일]

Panic - Panic (한국, 19 95)

1. Panic Is Coming (Intro)
2. 아무도
3. 너에게 독백
4. 달팽이
5. 다시 처음부터 다시
6. 왼손잡이 [듣기]
7. 더...
8. 기다리다
9. 안녕
10. 다시 처음부터 다시 (Outro)

@ @ @ @ @

   Panic의 왼손잡이, 이것은 내가 처음으로 블로그에 올리게 되는 가요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오늘 나의 긴 술회담을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지금의 존재에 이르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다. 그것은 Panic의 첫 앨범으로 시작된다. 패닉 1집, 정확한 명칭은 아마도, Panic ─ Panic의 Self-titled. 이들이 처음 가요계에 등장하던 때, 나는 사실 초등학생에 불과했다. 티비에는 여전히 이문세가 건재하고 있었고, 내 기억 속에 패닉은 이문세의 뒤를 잇는 가요계의 세대교체 1세대 쯤 되는 존재였다. 선후관계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렇게 패닉과 이적, 박지윤, 서태지, HOT와 젝스키스, SES와 핑클 같은 이들이 그 시절의 기억 속에 뒤범벅 되어 있다.

   나는 사실 여전히 가요보다는 동요가 좋았다. 그래서 형이 음악을 틀 때면, 시끄럽다고 귀를 막았고, 또 그랬기에 내가 들을 수 있었던 음악은 순전히 형이 듣던 음악들이 보통이었다. 내가 굳이 음악을 찾아 듣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다, 내가 가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초등학교 6학년 가을소풍 (당시 우리학교는 수학여행을 가지 않고 대신해서 소풍을 갔다) 때 드렁큰 타이거가 시작이었고, 본격적으로 가요에 관심을 갖고 즐겨 듣게 된 것은 중학생 때, 패닉을 듣게 되는 것이었다. 내가 왜 뒤늦게서야 이들의 음악을 다시 듣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즈음에서 나의 사춘기가 찾아왔고, 나에게 감수성이라는 것이 흘러넘쳤다.

   가요를 듣게되면서 내가 의존했던 것은 사실 순전히 나의 형이었다. 형은 지금도 알지 못하겠지만 그랬다. 내가 듣고 자랐던 음악들을 나는 하나씩 찾아들었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랬다. 그렇게 나는 패닉과 이적을 들었고, 전람회와 윤동률을 들었고, 박혜경을 들었고, 서태지와 크라잉넛을 들었다. 그 모두가 형이 듣던 것이었고, 또 내가 듣고 자랐던 것들이었다. 내가 중학교를 입학하던 해, 형은 대학교에 진학하여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였고, 그 이후에는 군대에 갔다. 형이 없던 그 시절은 오히려 나에게 형의 그 잔재들을 마음껏 유용할 수 있게 해주었던 것이다.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 나의 음악은 온통 형의 잔재 속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했었던 것 같다.

   그 시절은 내가 나의 영혼을 발견하던 시절이었다. 상투적으로 표현하자면 그 시절은 나의 사춘기였고, 나의 표현을 사용하자면, 나의 영혼을 발견하던 시절, 내가 바람맞는 즐거움을 깨닫게 된 시절, 나에게 감수성이 마치 바람처럼 내 몸속으로 들어와 나의 영혼이 되주었던 시절이었다. 서구철학에서 누스의 발견을 말한다면, 나는 그와 흡사하게 나는 그 시절 나의 누스를 발견하였었다. 나는 나의 영혼을 발견하였고, 나의 정체성을 찾아내었다. 영혼의 자각은 다른사람과는 다른 나의 그 무엇의 발견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시절, 나에게는 패닉이라는 존재가 있었다. 내가 듣던 여러 음악들 중에서도 패닉은 으뜸이었다. 제일 좋아했으며 가장 많이 들었다. 지금도 나는 장담할 수 있지만, 나는 그 시절 패닉의 음악을 한 곡당 수천번을 훨씬 넘게 들었다. 일기장에는 그의 가사를 옮겨적었고, 그 의미 마저도 나름의 해석을 해내었다.

   패닉이라는 존재의 의미는 나에게 각별하다. 내가 음악에 빠지게 된 그 근원에는 나의 기억에 붙잡힌 영혼과 함께 패닉이 있고, 내가 유용하던 잔재들이 있다. 나에게 나의 영혼과 나의 정체성을 불어넣어준 그것들이 있다. 나는 오늘도 탈주를 꿈꾼다. 외부를 꿈꾼다. 그런 나의 이면에 존재하는 패닉의 「왼손잡이」을 본다. 나를 왼손잡이로 만든 그것을 생각한다. 나는 이제 그 시절과는 많이 변하였고, 그 시절의 음악들을 힐난하기에 이르렀다. 「왼손잡이」의 문제점은, 바로 ‘아무것도 망치지 않’기 때문이다.

   “나를 봐 내 작은 모습을 너는 언제든지 웃을 수 있니 / 너라도 날 보고 한번쯤 그냥 모른척해 줄 순 없겠니 // 하지만 때론 세상이 뒤집어 진다고 / 나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 // 모두다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 그런 눈으로 욕하지마 //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