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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그녀가 내게 말했다. 조급해하지 말라고, 그러면 다 망친다고. 나는 강은교의 시를 생각했다. 문득, 그 시가 생각났다. 고등학생 때 국어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 시를 나는 한동안 암송하고 다녔었다. 그녀가 강물에 대해 가지는 그 정서가 '사랑법'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죽음에 대하여 쉽게 흐르지 말고 침묵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사실 대단히 무서운 소리가 아닌가 싶다. 지난달 할머니의 죽음도 생각나고, 나의 조급함도 생각난다. 참 최근에 여러 생각들을 해보게 된다. 내가 마주하였던 것은 죽음과 같은 미래였던 것이다. 스물여섯의 내가 스물다섯의 나보다, 조금 더 온전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강은교, '사랑법', "그대는 깊디깊은 강", 미래사, 2000, pp.3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