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5일]

Girls - Album (US, 2009)

1.     "Lust for Life (Girls song)"
2.     "Laura" [듣기]
3.     "Ghost Mouth"
4.     "God Damned"
5.     "Big Bad Mean Motherfucker"
6.     "Hellhole Ratrace"
7.     "Headache"
8.     "Summertime"
9.     "Lauren Marie"
10.     "Morning Light"
11.     "Curls"
12.     "Dar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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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9월, 인디록 마니아들을 흥분시킨 한 음반이 발매된다. 앨범명도 이상하고, 밴드이름도 어딘가 이상하다. 앨범명은 바로, ‘Album’이고, 밴드이름은 그저 ‘Girls’이다. 이 무색무취의 밴드이름, 그저 ‘Girls’라고 유튜브에 검색해보면, 이들의 뮤직비디오가 나온다. 현재 그들의 유명세에 대한 반증이라고 할만하다. 사실, 그들과 같은 밴드이름을 가지고서 검색결과로 나온다는 것은 무척 대단한 일이다. 특히나 어느 인디밴드로서의 일이라는 것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구멍이라는 뜻의 Hole이 구멍이 아니라, 한 밴드를 지칭하듯이, 그저 ‘Girls’라는 단어가 한 밴드를 의미하는 경우가 탄생된 것이다.

   피치포크 미디어는 이들의 전폭적인 후원자와 다름없었다. 인디음악 웹진인 피치포크 미디어는 이들의 데뷔앨범 『Album』에 9.1점이라는 경이적인(?) 평점을 주고 이들의 음반을 ‘Best New Album’의 명단에 올렸고,  싱글로 발매된 「Lust For Life」와 「Laura」 역시 각각 9.0과 8.0을 주어 ‘Best New Track’에 이름을 올렸다. ─ 피치포크 미디어는 평점 8.0이 넘으면 무조건 최고의 앨범과 트랙으로 선정한다. 0.1점은 물론 0점 조차 서슴지 않는 이들에게 이 점수는 엄청난 것이다. 이들에게 만점을 받은 앨범은 아주 손에 꼽힌다. ─ 이뿐만이 아니다. 피치포크 스테프가 뽑은 2009년 최고의 앨범 50에서 무려 10위, 2009년 최고의 싱글 100에서는 「Lust For Life」, 「Hellhole Ratrace」, 가 각각 9위와 15위에 올랐다. 「Hellhole Ratrace」는 2009년 최고의 뮤직비디오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 「Hellhole Ratrace」는 스테프가 뽑은 2008년 최고의 트랙 100위로 뽑히기도 하였다. ─ 피치포크 미디어의 포크캐스트에는 이들에 대한 미디어가 무려 14개나 올라와있다.

   다른 곳에서의 평점도 상당하다. 올뮤직에서 별 4개를 받았으며, 가디언에서는 별 5개를 받았다. 롤링스톤과 뉴욕타임즈에서는 ‘favorable’이다. 전문가 평점만이 아니다. 피치포크 미디어에서의 게스트가 뽑은 2000년대, 2009년대 최고의 앨범에도 각각 이들의 앨범이 실렸다. 이들이 이제 단 한장의 앨범만을 냈을뿐이지만, 현재까지 싱글은 무려 다섯장이나 냈다. 한 앨범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곡들이 싱글로 발매된 것이다. 이들의 인기는 허구가 전혀 아니며, 단지 전문가들에 한정된 것도 아니었다. 인디음악계에서 그들은 분명히 전세계적인 열풍적 존재가 분명했다. 내가 아는 어느 커뮤니티에서는 그들의 앨범이 발매되자, 한동안 그들에 대한 이야기로 끊이지 않았다.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었다.

   늦었다. 사실, 이들에 대한 리뷰를 쓰기에는 늦은 시간이다. 첫 풀앨범이 발매된지도 반년이나 지났다. 나는 지인의 추천으로 이들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내가 이들을 알게된지도 ─ 정확히 언제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 너무나 오래 전일이다. 이들을 찬양하기에는 너무나 시간이 오래지난 것이다. 그리고 또 늦었다. 내가 지금에 와서 내가 이들을 다시 떠올리는 것인지 말하기에는 사실 많이 늦은 것 같다. 나는 미성의 목소리를 가진 남성 음악가들을 생각한다. 언제인가부터 대중음악계에는 마치 여성처럼 가는 목소리를 가진 남성들이 많이 퍼져있다. ‘Michael Jackson’과 같은 유명한 팝가수부터, ‘Mika’나 ‘Vampire Weekend’, 지금의 ‘Girls’와 같은 신예들까지, 다양하다.

   이들을 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80년대를 기축으로 해서, 훵크(Funk)는 또 한번 폭발하였다. 영국에서는 매드체스터(영국 맨체스터에서 일어난 인디록씬, 화난 맨체스터라는 뜻으로, 댄서블한 사운드가 특징이다.)가 붐처럼 일어났고, 레이브(댄스음악의 일종으로, 하우스나 트랜스 등의 음악들을 총칭한다.)가 출현했다. 대중음악사적으로 본다면, 이들 미성의 남자들은 훵크의 재폭발에 수혜를 받은 이들이다. 훵크와는 무관해보이는 수 많은 인디록밴드들도 ─ 가령 ‘Vampire Weekend’ 같은 ─ 2차적 수혜자들이라고 볼만하다. 메탈과 결별을 선언한 록은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70년대에 이미 완성을 선언한 록은 80년대에 이르러 이미 그 후퇴를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뉴웨이브(70-80년대 유행한 대중음악으로, 당대 문화의 트랜드였다.)는 이를 막아줄 수 없었다. 그것은 오히려 노웨이브(트랜드인 뉴웨이브에 저항하여 나타났던 대중문화 운동이자, 음악장르이다.)라는 저항을 낳을 뿐이었다. 권위와 패권으로 무장한, 록의 아들인, 메탈은 독립을 선언하였고, 록은 그 권위와 패권을 잃어버렸다. 매드체스터의 출현은 록에 있어서 희망이었지만, 한편으로 록의 권위에 대한 포기를 선언하는 것이었다. 록은 권위와 패권 대신에 탈이념과 다양성을 선택하였다.

   나는 ‘Girls’를 보며, 음악사적 사회학적 의미를 생각한다. 자켓에는 꽃이 가득하고, 머리는 마치 여자처럼 가슴까지 길게 늘여뜨린 남자가 노래를 부른다. 이름도 그것을 반영하여 ‘Girls’이다. 고추를 잘라야 한다. 이들에게 있어서 남성지배적이었던 록의 과거는 완전히 폐기되었다. 록은 마치 자본주의의 욕망과도 같은 것이었다. 혹은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저항적인 욕망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마치 욕망을 보는 것과 같았던, 록의 모습은 주류에서 몸을 감추고 있다. 남성들이 거세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문제이다. 과연 이것은 무엇인 것일까. 기존 성의 이미지가 해체되고, 패권이 해체되는 것인가. 아니면, 민주주의의 상징이 되는 거세의 인간화, 그리고 욕망이 은폐되는 것인가.

   해체인가, 은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