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6일]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 우리 학교는 학부제였고, 나는 경제학이 정말이지 너무 싫었고, 대신에 심리학과에 가고 싶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알아보니, 심리학과는 대학원에 가야한다고 하길래, 그 한마디에 심리학과에 들어가는 것을 바로 포기했었다. 입학날 거리 홍보를 하던 심리학과 재학생 선배에게도 대학원 이야기를 한번 물어보고서, 역시 심리학과를 바로 포기했었다. 스무살 나에게 대학원은 그런 존재였다. 그래서 경제학과에 갔다. 나는 도무지 그놈의 돈과 수학이 너무나 싫었는데, 경제학과에 가면 막연히 취업이 잘 될 것이라고 그래서, 경제학과에 오게 되었다. 그런데 대학에서 만나게 된 경제학은 나에게 전혀 취업을 위한 학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경영학이었지, 경제학이 아니었다는 것은 스무살 경제학과의 나조차도 알 수 있었다. 더구나 마르크스 경제학을 공부하는 지금에 와서는 그것은 너무나 명백한 것이다.


대학원을 처음 생각한 것은 단지 취업에 대한 불안, 기업에 대한 불안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은 금방 접었다. 대신에 문헌정보학를 전공하기 위해 대학원을 갈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강모 인물 때문이었다. 그가 얼마만큼 진지하게 말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내게 연세대 대학원 문헌정보학과에 갈 것을 권유했었다. 대학원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려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문헌정보학을 공부해서 사서가 된다는 것은 대단히 요원한 일인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좌절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학원에 대한 생각은 단지 딱 그정도 였고, 주변의 인물들에게도 나의 그런 고민을 말한 적이 있다. 누구에게 언제 말했는지 일일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리고 정모 인물과 경제사상사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계기가 있었다. 대단히 우연한 계기였다. 그것은 내게 일종의 대단한 충격처럼 다가왔다.


그날은 내가 수업을 들어가지 않았었는데, 내가 자리에 없을 때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모 교수님이 정모 인물에게 내가 졸업하고 대학원을 갈 것인지 물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모 인물도 왜 그랬는지, 교수님에게 경제학 대학원을 가고 싶어해서 고민 중이라고 말을 한 것이다. 나는 정모 인물이 왜 그랬는지, 또 이모 교수님은 왜 그에게 내가 대학원을 갈 것이라고 물으셨던 것인지 모르겠다. 그 이야기는 수업이 끝난 후, 정모 인물에게서 전해들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일은 나에게 대단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단 한번도 고려해본 적 없는 일이, 한 순간에 고려의 대상으로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것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대학원을 가야 할까? 앞으로 일년 반정도 시간이 남아있다. 여유가 나면 그 이모 교수님에게 면담을 신청할 것이다. 그리고 4학년 2학기까지는 열심히 학부 공부를 하고 졸업할 때 쯤, 선택을 할 것이라는 것이 현재의 결론이기는 하다.


대학원을 진학한다고 가정을 해도, 고민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내가 세부전공을 선택하는 일이 지금은 이른 것이라고 하여도, 대학원과의 진학이 나의 진로와 연계된 이상, 그리고 내가 단지 주류경제학을 공부하고 싶은 것이 아닌 이상, 세부전공에 대한 최소한의 가닥을 정하는 일이 나에게는 중요한 문제이다. 당장에 내가 운동에 투신할 것도 아닌 이상에, 또 내가 학적으로 뛰어난 성취를 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닌 이상에, 내게 마르크스 경제학을 공부할 여유는 없다. 그리고 대학원을 간다는 일이 대단히 학문적인 작업을 하기 위함인 이상, 나는 마르크스 경제학을 선택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학문적 득과 실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내가 보기에 학적으로 마르크스 경제학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전혀 의심할 이유가 없는 진리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그래서 현재는 막연하게나마 그 중간 지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현재로서는 공황론이 가장 흥미를 끈다.


물론 이것보다도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내가 공부를 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첫째로 내가 공부를 할 경제적 상황이 되느냐 하는 문제이다. 내가 보기에 쉬운 문제가 아니다. 둘째로 내가 공부를 할 능력적 조건이 되느냐 하는 문제이다. 이것도 사실 암담하다. 그렇지만 이 두 문제는 본 글에서는 다루지 않을 것이다. 아마, 풀기 어려운 문제일 것이니까. 어쨌거나 현재까지 내린 잠정적 결론은 4학년 2학기 때까지 열심히 학부 공부를 해보고 그리고서 결정을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공부를 그만두어야 할 떄, 그만 둘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현재의 생각이다. 그 중단은 학사를 마치고서일 수도 있고, 석사를 마치고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