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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13일]
요즘 하루하루를 나태하게 살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자판 앞에 섰다. 무어라도 쓸까 싶어서다. 예전에 정모 교수님이 해주셨던 말이 생각이 나서, 글을 쓰는 것이다. 꾸준히 자신의 관심사를 기록해보라고 하셨던 것이 기억이 나서이다. 그것들이 집적되면, 내가 무의식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물음이 무엇인지 알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지금은 긴 글을 쓸 여유는 없을 것 같다.
요즘 나의 관심사는 역사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역사적 경향성이다. 물론 알만한 사람들은 이것이 무엇을 지칭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마르크스가 말한 역사적 경향이 옳고 그름을 논하기 이전에, 그 내용은 무시하더라도, 역사가 과연 경향을 가지는지에 대해서 먼저 질문을 하고 싶다는 것이 지금의 생각이다. 이러한 질문은 어딘가, 역사는 우연인가 필연인가 하고 질문하는 듯하다.
역사적 역학은 과연 존재하는가. 말하자면 시간의 법칙이다. 그리고 그것이 공간의 법칙과는 다른 이유는, 비가역적이기 때문이다. 세계사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가. 이것이 나의 질문이다. 그리고 마르크스는 이를 증명하지 못하였다. 이 문제는 당대의 가장 고도화된 모델이었을지 모를, 변증법을 통해 시도되었지만, 내 생각은 실패하였다고 생각한다.
마르크스의 경제학과, 현대경제학의 차이는 물론 많다. 가치는 존재하는가에서부터, 정치와 경제는 과연 구분되는가에 대해서까지. 그러나 요즘 내가 생각하는 것은, 역사적 경향은 존재하는가이다. 이를테면 가치의 문제라거나 하는 것은 이미 지정해놓은 결론을 위해 고안해낸 필수불가결한 전제가 아닌가 하는 것이 현재의 생각이다. 마르크스가 가치라는 전제를 그가 마련한 결론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면, 그 문제가 아무리 정치경제학의 중요한 화두였다고 해도, 논리적 완결함을 추구한 그가 그것을 그리 중요하게 다루었으리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런식으로 생각해보면, 범자가 마르크스의 과학성을 폄훼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장, 즉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연구를 하였다는 주장은 전혀 무의미한 비판은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가 마르크스의 의도가 무엇인지 마르크스의 논지를 이해하는데 과연 중요한가! 물론 그는 가장 과학적인 것은 가장 당파적인 것이라고 스스럼없이 명명하겠지만, 과연 그의 의도가 그의 논리적 정합성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범자의 주장은 무시해버릴만 하다. 하지만, 마르크스의 주장을 증명해내지 못한 것을 고려하자면 범자의 주장은 일리있다. 물론 이러한 논지는 다분히 부르주아적인 과학관의 반영이다. 그의 주장은 오직 실천을 통해서 증명될 것이다.
나는 문득 정신분석학이 생각난다. 라캉이 말하기를, 과학적 언어에서 감산된 것은 주체의 욕망이라고 말한 일화에서처럼, 마르크스의 이론이 부르주아 경제학 혹은 과학에서 가산된 것은 바로 혁명적 노동자 계급의 욕망이다. 그렇다면 그의 이론은 자기실현적 예언이었던 것일까, 하는 우스운 생각도 든다. 오직 실천을 통해서 증명이 될 뿐이니 말이다. 마르크스의 것은 언제나 공황과 자본주의의 종말을 말하고, 그들의 것은 언제나 균형을 말하니 말이다.
경제사가 끌리는 이유는 이런 이유다. 이것이 사적 유물론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