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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3일]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그리 무능한 사람은 아니었다. 분명히 나도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재능이라는 것이 진정으로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쨌거나 나도 계발가능한 능력이라는 것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물론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 능력들이라는 것은 문화, 예술과 관련한 부분에 치우쳐 있다는 것은 명료한 것 같다. 어릴 때 나는 그림그리기를 좋아했고,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소설가를 꿈꾸던 때도 있었고, 나의 능력이라는 것은 주로 그런 부분들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너는 왜 그정도 밖에 못하느냐, 혹은 내가 유복하게 자라서 사교육을 잔뜩 받았다면 어땠을까 따위의 이야기를 하기 위함은 아니다.
어쨌거나 나는 그러한 재능들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그것들을 충분히 계발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눈썰미도 있는 것 같고 미술에 대한 재능이 있는 것 같으나, 지금 나는 아무 것도 그럴 듯 하게 그려내지 못하고, 기껏해야 미숙한 솜씨로 학회 홍보 포스터 같은 거나 적당히 봐줄 만 하게 만들어내는 것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혹은 가끔씩 영화 따위나 보면서 시니컬하게 조소하거나 어설프게 비평을 한다거나 하는 것도 한다.
책보는 일도 좋아하고, 글쓰는 일도 좋아하지만, 그 능력도 참 어정쩡한 실정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서력은 미진하고, 글도 그렇게 잘써내는 것은 아니다. 논리력에 대한 것도 있는 듯하면서도, 어지간한 철학 책들은 읽어낼 줄 모르는 것 같다. 어설프게 알고 있는 인문사회과학 지식으로 이빨이나 조금 깔 줄 아는게 전부다. 한마디로 말해서 모든 것이 어설프고, 아마추어 적이다. 물론 누구나 아마추어겠지만, 그런 뜻으로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미 언급하였듯이, 지금 이렇게 읊조리는 이유는 비관하기 위함이 아니다. 내가 이렇게 ‘어정쩡한’ 모습을 하게 된 것은 사실 이미 알고 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내가 패기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그러한 부분들은 어쩌면 내가 문화, 예술적인 부분들에 흥미를 가지게 된 나의 환경적인 이유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이상은 아니다.
분명하게 말해서, 나는 용기부족으로, 패기부족으로, 노력부족으로 이렇게 모자란 모습으로 있는 것 같다. 좀 더 패기있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