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우 나태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진학문제가 당도했는데, 나는 이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가. 책이라도 봐야 변명거리가 될텐데, 큰일이다.


세상에는 계속 무의미한 책들도 나오지만, 좋은 책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나는 서점에 갈때마다 그런 책들을 살펴본다. 제목을 보고, 저자를 보고, 출판사를 보고, 목차를 훑어본다. 좋은 책들이다. 그리고서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나도 좋은 책을 쓰고 싶다, 라고.


몇년 전, 우모 박사의 공개강연을 참가했던 적이 있다. 사회과학방법론 기초라는 제목으로 주1회로 두어달간 진행된 강연이었다. 그는 자신의 그 강연의 목적을 저자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독자가 아니라 좋은 저자를 만들고 싶다고 그랬다. 당시에는 그 말이 별로 와닿지 않았었는데, 요즘은 그때 그말을 추억하며, 이따금 나도 한번쯤 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사회과학 르네상스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고, 나도 이따금 그런 상상을 가져본다.


나는 경제사설을 읽지를 않는데, 얼마전 한번 모 경제지의 모 논설위원이 쓴 사설을 읽은 일이 있었다. 그야말로 개소리였다는 생각을 했고, 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개소리를 하는 것이 얼마나 손쉬운 일인가 생각해보았다. 그 논설위원을 지목하는 말이 아니다. 진실로 경제학을 두고 마치 소설이 말이 잘 이어지듯이, 개소리를 술술 이어가는 일이 얼마나 손쉬운 일인가.


비단 그일 때문은 아니지만, 나는 요즘 개소리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글을 좀 더 신중히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글이 좀 더 무거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변이 아니라, 쓸모 있는 말을 하고 싶다. 이럴때면, 철학자 서동욱의 말을 생각하고, 마르크스의 말을 생각해본다.


아마도 우리는 솔직하게 인정해야 마땅할 것이다. 임박한 정세 속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결국 사변일 뿐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