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밤시간이 좋았다. 나는 그 시간이 오래도록 나의 가장 이상적인 시간이 되어왔다. 그 시간은 때로는 포근했고, 또 때로는 낭만적이었으며, 또 때로는 사색의 시간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 시간이 괴로운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이 상황이 너무나 싫다. 다름 아니라, 불면증 때문이다. 잠이 지독히도 오지 않는다. 최근에 수면유도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효과가 드라마틱하지는 않다. 수면유도제를 먹어도 잠이 잘 오지 않는다. 효과가 진정 있는지 좀 의심스럽다. 간밤에는 수면유도제를 먹고도 새벽 다섯시가 훨씬 넘어서 잠이 들었다. 또 부작용으로  의존성이 생기고 있다. 수면유도제를 매일 먹는 것은 아니고, 가끔씩 복용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복용하지 않고 잘 때는, 불안감이 생긴다. 약을 먹지 않아서 잠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사실, 나는 생각을 멈추는 일이 대단히 힘들다. 그러고 싶지도 않다. (물론 이 말을 과대하게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저 무슨 행동을 하든, 생각을 하든, 멍떄리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정도의 말이다.) 언제나 어떠한 생각을 해야만 한다. 잠자기 위해 눕는 시간은 그런 의미에서 문제적이다. 나는 자기 직전의 시간도 항상 무슨 생각을 해야만 한다. 그렇게 이상한 일도 아니고, 특별한 일도 아니다. 많은 사람이 그러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수면문제를 겪지 않을적에도 난 항상 자기 전에 무슨 생각이든 했고, 그러면서도 잘 자왔다. 하지만 수면문제를 겪게되자, 자기 전에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 수면에 문제를 주었다. 예전에는 무엇인가에 깊이 생각하다 보면 잠이 들었는데, 이제는 그러면 잠이 오지 않는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던 밤이 내게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