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적 혹은 핑계

공부에 욕심이 나기 시작한 것은 대학에 올라와서 였다. 아마 대학에 올라가고 휴학기간 중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뜻대로 되지는 못했다. 

나는 공부하는 학생이기보다 한량이길 좋아했고, 따라서 게을렀다. 나중에는 점점 활동도 많아져서 시간도 점차 부족했고, 공부를 하기에는 머리도 좋지 못했다. 노력도 부족하고, 시간도 부족하고, 지능도 떨어진다니, 이런 궁극의 삼박자가 어디 또 있단 말인가. 대신에 욕심은 많은지 벌려놓는 것은 많았다. 덕분에 졸업을 앞두고 있는 지금도 이리저리 치이는 것이 일인 것 같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다지 착실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의 아버지와는 다르게 말이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절대적인 집중력과 절대적인 공부시간일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나는 이것저것 잔뜩 움켜잡고서 버겁다고 물속에서 바둥거리고 있다. 하릴없이 시간만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 머리 속에 있는 것을 탈탈 털어서 바득바득 빨아서 깨끗하게 하고 싶다. 나는 잡념이 너무도 많다.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무용한 천성을 지워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