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주기적으로 기본소득론에 대한 담화가 등장한다. 나는 기본소득론에 대하여 그다지도 제대로 그 논리에 대해서 읽어본 바 없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그다지 경제학적으로 타당한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기본소득론 뿐만 아니라, 그 언저리의 정치적 주장들에 대하여, 한편으로 도의적 동의를 표하더라도, 나는 그것이 정치적 수사로서만이 긍정할 뿐이다.


일전에 나는 어느 보수일간지의 경제논평을 보고서, 고약한 소설같다는 생각을 했다. 경제학이 과학이 아니라, 논평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포장되어, 사실상 소설인 것이다. 그러나, 나는 청년좌파 일부가 주장하는 일련의 주장들이야 말로, 더 소설 같다고 생각한다. 어느 무용하지는 않은 소설, 개연성이 보장된 소설, 급진적인 주장을 담고 있는 소설, 과학이 아니라, 소설에 다름 아니다.


경제학은 실로, 과학이면서도 동시에 많은 곳에서 소설처럼 부유한다. 우리는 실제로, 어느 단순한 현상만을 본다면, 물가 라는 동일한 지표만으로 인플레이션도 디플레이션도, 호황도 공황도 진단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과학이 아니라 소설일 때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한 소설들의 공통점은 정치적 입장과 경제적 사실 사이에 그 혼란스러운 경계와 순서로부터 그것을 소설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야 말로, 가장 관념론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왜냐하면 실재가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선험적인 관념(정치적 입장)이 우위에 존재하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선험적인 관념에 따라 인지, 이해 되지 않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거나, 부당한 것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한편, 최저임금 만원으로 와 같은 주장에도 동일한 태도가 나타난다. 본 글은 최저임금 만원으로 주장이나, 기본소득론과 같은 주장 그 자체의 정당성 같은 것을 쓰기 위한 글은 아니다. 따라서 최저임금 만원으로 가 가지는 현실적 문제들이 무엇이 있는지,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혹은 그러한 것을 결정짓는 조건이 무엇인지 따위를 논하기 위함은 아니다. 그래서 주장하자면.


최저임금 만원으로 와 같은 주장에서도, 잘못된 것은 자신들의 정치적 주장이 아니라 그것을 억압하는 현실적 조건들이며, 그들이 내거는 비판의 대상은 (물론 첫째로 자본이다) 낮은 최저임금을 강제하는 경제학(과학; 또는 과학적 수사)가 되는 것이다. 물론 최저임금의 결정방식은 그다지 과학적이지 못했다는 주장은 꽤 유효했고, 자본이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좌파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최저임금을 만원으로 하자는 단순무지한 주장보다는, 최저임금의 결정방식을 바꾸는 방식으로의 정책이 보다 정책으로서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태도의 차이는 이미 말한 바와 같이 경제학과 정치적 당위 사이의 경계와 위계에 대한 문제인데, 이들에게 있어서 이 문제는 대단히 혼란스럽다. 좀 더 논리를 발전시켜서 말하자면, 경제의 부재만큼 정치가 과잉되었다.


나는 공부를 그리 열심히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금의 문제에 대해서 원론적인 차원에서라도 고민을 진행해본다면, 지금의 문제는 첫째로 노동운동의 전략이 부재하고 있다는 원론적 물음, 그리고 둘째로 마르크스의 과학성에 대한 유산을 어떻게 남길 것이냐는 물음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나는 이에 대해서 어떠한 답변도 말할 수 없다. 


공교롭게도 마르크스는 과학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 매우 불명확한 방식으로 글을 써왔다. 사회과학이라는 것이 정립되지 않은 시대에서, 마르크스는 나름대로 그 과학성을 빛냈던 것은 사실이나, 공교롭게도 그것과 동일한 화법은 지금의 시대에는 매우 모호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의 방법에 천착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변증법에 대한 보다 추상적이고 난해한 질문은 차치하도록 하자. 대신에 지금의 맥락에 맞게 다시 말하자면, 마르크스는 암묵적으로 정치와 경제가 구분되지 않는, 혹은 모종의 밀월적 관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서술을 하였다. 그리고 이는 오늘날에도 상당히 유효한 것이다. 하지만, 정치와 경제의 일원적 해석이 문제가 아니라, 정치와 경제'학' 사이의 구분되지 않는 것이 지금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자기 전에, 닥치는 대로 쓴 글이라, 아마 매우 불충분하고 괴상한 글이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글이 자꾸 반복되는 것 같기도 하여, 여기서 대충 글을 마무리 하도록 하겠다. 졸립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