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동안 로맨스가 필요해 2012를 보며, 페이스북에 끄적거리던 것을 그대로 옮길 것이다.


1.

 

4화째 보고 있다. 정유미 때문에 보는 것이지만, 느끼는 것 두가지.

1) 드라마는 인민의 아편이다.

2) 이 드라마는 다분히 2030대 여성을 위해 만들어졌다. 여성들의 화려한 직업하며, 그럴듯한 문화들, 주열매 라는 캐릭터 등. 특히나 석현의 애매모호하고 그 속을 알 수 없는 모습은 석현이 이 드라마에서 철저히 주체가 아님을 드러낸다. 그는 여성(주열매)가 감당해야하는 세계의 장애물이자 극복해야만하는 조건, 그리고 환상적 로맨스를 예비하는 대상이다.

 

2.

 

(9화) 연애는 돌멩이처럼 언제나 항구적이기보다는 부단히 요동치고 변화하며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때문에 열매와 석현의 연애는 12년을 사귀고도 더 이상 지속되지 않으며, 저마다 다른 인물을 만난다. 이것은 석현과 열매 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조연도 새로운 연애를 한다.

 

로맨스가 필요해는 철저히 주열매를 위한 드라마인데, 주열매가 그리도 능동적으로 상대의 동그라미 안에 들어가고자 요동치는 석현과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그녀로서는 갑작스러운, 상대 신지훈과의 연애가 예기치 않게 시작되는 것이다. 마치 연애 그것은 외재적인 어떤 마주침 이라고 말하는 듯이.

 

3.

 

마지막회까지 정주행 끝났다.

 

드라마는 끊임 없이 (특히 드라마 중반에서), 항상적인 것과, 변하는 것을 혼란스럽게 구분짓는다. 항상적인 것은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상징되고, 변하는 것은 이별, 새 연애, 로 나타난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과정 속에서, 주열매는 항상적인 사랑을 위해 결혼을 갈구하고 그 이유 때문에 윤석현과 이별을 하고, 이별 후에도 갈등을 겪는다.

 

하지만 이 <사랑, 그 혼란스러움>은 (드라마에서) 두 가지 분명한 교훈을 전달해주는데, 첫번째는 표현하지 않는 것이 끊임 없이 석현과 열매 사이의 어긋남의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사실은 두 번째가 더 중요하다.) 때문에, 엔딩에서 석현은 마음을 고쳐먹고 보다 솔직한 모습에서, 열매와의 대화를 튼다. 그는 이제 자신만의 <동그라미 안에서> 홀로 어떤 공간을 간직하려 하지 않는다. 한편 열매는 그 석현만의 공간에 부단히 들어가고자 애쓰는 인물로, 석현이 마음을 고쳐먹었을 때, 비로서 그 공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석현이 20대때 시골로 내려가 홀로 시간을 보낼때, 열매의 집에 가자며 내밀었던 손을 그는 밀쳐냈지만, 30대 때 시골로 내려가 홀로 시간을 보낼 때, 열매의 손을 붙잡을 수도 있었고, 그가 울고 있는 모습도 솔직하게 보일 수 있었다.

 

그리고 두번째는 결혼과 연애, 즉 영원과 변화의 그 혼란스러움의 과정에서, 드라마는 한가지 분명한 사실을 지적하는데, 사랑과 연애의 조건으로서 시간의 비가역성이다. 시간은 연애를 소멸하기도 또 생성하기도 하며, 또 어떤 경우는 되돌리고 싶어도 되돌릴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데, 이로서, 시간은 영원한 사랑의 불가능성을, 또 사랑이 탄생되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불/가능성>을 드러낸다. 열매와 석현의 사랑은 10여년이라는 어긋남 속에서 끊임없이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그 비가역성을 냉혹하도록 보여주는데, 한편으로 다시 <1년 후> 그들이 다시 만남으로서, 시간이 사랑의 가능성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그 시간은 이들을 모두 변화시켰고, 이 변화는 이들이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