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새벽 3시, 일어나서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도통 잠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나는 밤이 참 좋았다. 그 시간은 고요하고 평온한 시간이었다. 나는 그 시간에 일기를 쓰거나 라디오를 듣거나,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거나, 또는 혼자서 이것저것 꿈을 꾸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오늘날, 나는 밤을 잃어버렸고 대신 불면을 얻어버렸다.


불면은 밤의 부재에 시간에 나타난 새로운 증상이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잃어버린 밤은 ‘object a’, 다시 말해서 어머니일지 모른다. 어머니는 나를 사랑하며, 나는 남근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말하자면 나는 다분히 상상계에 머물고 있는 유아적인 인물이었고, 밤이란 그런 나에게 폐쇄적인 공간으로 이루어진 공허한 장소였을지 모르겠다. 어머니[object a]와 남근[phallus]이라는 서로 마주보고 있는 거울 상에서 끊임없이 나 자신을 재확인하는 그런 장소 말이다. 그렇다면 불면의 시간은 어머니가 금지된 시간, 내가 남근을 잃어버린 시간, 다시 말해서 더 이상 환상이 가능하지 않은 시간이다. ‘환상의 스크린’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불면의 시간이란 다름아니라 실재의 사막 같은 장소인 것이다.


결국 밤과 다시 화해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남근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고, 어머니가 사랑하는 대상은 내가 아니라 아버지다. 남은 방법은 거울을 깨고 아버지도 승화해내는 것뿐이다. 공교롭게도 시간은 비가역적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