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학의 이론들은 진실로 다채롭다. 오늘은 그 중에 하나만을 말해보자면, 현대경제학은 경제학을 가지고 정치를 설명하기도 하고 또 반대로 정치학을 가지고 경제를 설명하기도 한다. 전자는 후생경제학이나 신제도경제학, 법경제학 등 경제학적 수사를 통해서 인접 학문들을 설명해내는 방식이다. 학자들로는 애로우, 코즈 등이 있다. 반대로 후자는 기존에는 경제학에 사용되지 않던 인접학문들의 개념을 원용하여 새로운 경제현상들을 설명해내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사회자본이나 인적자본, 또는 경제발전의 개념들 같은 것들이다. 사회자본은 퍼트넘, 인적자본에는 베커, 그리고 센과 같은 이들도 포함된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들은 경제학이 정치학/사회학/심리학을 대체하는 방식이기도 하며 효용과 권리라는 개념이 모호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경제학은 진실로 많은 것들을 설명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학은 더 이상 설명해내지 못하는 것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때의 경제학은 희소한 자원에 대해서 합리적 선택을 하기 위한 의사선택의 이론인 것처럼 보인다. 말하자면 경제학은 이제 의사선택이 개입되는 모든 분야에 그 역할을 수행해내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나는 자연스레 이런 의문이 든다. 생각해보자. 경제학은 진실로 많은 현상들을 설명해낸다. 그렇다면, 경제학이 설명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또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냐.

아마 경제학이 설명해내지 못하는 분야는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경제학이 설명해내지 못하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경제위기?’, 일정부분 맞다. 그런데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면 이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경제학은 본질, 즉 심층에의 구조를 전혀 설명해내지 못하고 있다. 뻔한 대답이지만 정확하게 합치되는 대답이 아닐까 싶다. 경제학은 동어반복의, 표층적 현상만을 반복하고 있으며 그랬기 때문에 모든 현상에 대해서 다 논할 수 있던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동어반복이기에 어떤 대상에 대해서도 다시 동어반복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학이 붕괴되어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