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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식상한 물음이다. 하지만 궁금하다. 내 나이가 스물하고 일곱이다. 꽤 많은 나이다. 친구들 대부분은 이미 취업을 했고, 사회인이 되었다. 여자동창들은 결혼한 소식도 들려온다. 나는 대학원에 들어갔다. 졸업 후 남들처럼 사기업에 다니게 될 여지도 많지만, 아닐 수도 있다. 연구소에 들어가거나 아니면 다시 대학원에 진학하여 박사과정에 도전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확실히 점점 친구들이 가는 길이 아닌, 어떤 외진 길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더 모르겠다. 알 수가 없다. 내가 가는 곳이 도대체 어디인지. 확실히 남들과 다른 삶의 길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나의 몇 년 후가 궁금하다. 그리고 또 그 다음 몇 년 후가 궁금하다. 나는 어떤 길로 가게 되는 것일까.
조만간 동창 모임이 있을 것 같다. 미국으로 대학을 다시 간 ㅇ.ㅊ.이의 주선이다. 추석 겸 한국에 잠시 들른다는 것이다. 저번에도 다른 명목으로 친구들 모임이 주선되었는데, 나는 참석하지는 않았다. 그때 모임에 온 사람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두는 아니지만.
나는 요즘 관심사랄까 싶은 것은 거의 대부분 경제학에 대한 것이다. Goodwin model이나 Bhaduri-Marglin model이라던가 아니면 Social Capital 개념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 아마 이것들에서 석사논문 주제가 결정될 것 같다. 한편으로는 왜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는지 조금 알 수 없기도 한다. 나에게 까칠한 ㅊ.ㅎ.ㄱ.교수님은 남들이 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남들과 다른 고민을 하지 말라고 말하신다. ㅇ.ㄱ.ㅅ.교수님도 얼추 비슷한 말씀을 하신다. 시의성 있는 것을 해야 의미있는 것이고, 혼자만의 의미를 갖는 그런 주제를 택하지 말라고 하신다.
어쨌거나, 스물 일곱을 먹고서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좀 신기하다. 그래도 간간히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 일은 꽤 재미있는 일이다. 공부가 미천하지만, 잘 해내고 싶다. 바위에 부딪히는 느낌이다.
중학생 때였나, 고등학생 때였나, 3호선 버터플라이의 “스물아홉 문득”이라는 곡을 알게 되었다. 당시 나는 그 노래를 꽤 좋아했었는데, ‘스물아홉의 문득’이라는 기분은 알지도 못 했을 뿐더러, 관심조차 없었다. 나는 그저 그런지한 사운드에, 남상아의 허스키한 보컬이 좋았을 뿐이었다. 흠, 그런데 이제는 정말로 그 나이에 조금 비슷해지고 있다. 사실 김광석의 “서른즈음에”의 감수성보다는 3호선 버터플라이의 “스물아홉, 문득”이 우리세대의 감수성에 보다 맞는 노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세대는 그렇다. 들국화의 “행진”보다 밤섬해적단의 “나는 씨발 존나 젊다”의 세대인 것이다.
별로 할 말도 없는데, 그만 써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