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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나는 언제부턴가 예술가들에 대해서 경멸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언제나 유려한 문장을 조각하면서 잔뜩 힘을 주고서 떠들어대지만, 대개는 허풍이거나 허위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언제나 자신만이 도덕적이며, 헌신적이고 언제나 세상을 구할 것처럼 떠들지만, 나는 믿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든지 반동의 이데올로그가 될 준비를 끝마친 자들이다.
어느 변절자의 유명한 말도 있지 않은가."잃은 것은 예술이요, 얻은 것은 이데올로기"라고.
공교롭게도 내가 살고 있는 시대는 혁명도 해방도 상품화된 세계임을 알고 있다. 마르크스라는 이름은 이제 심지어 섹시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나는 마르크스의 이름을 장식처럼 붙여놓으며 개소리를 하는 많은 문화예술계의 사람들을 보아왔다. 때문에 나는 그들이 해석하는 것들에 대해서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 경제학을 선택한 사람들 중에 많은 이들은, 불행한 선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예술을 꿈꾸었지만, 과학을 선택하게 된 이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의 이율배반성이 있다. 음울한 학문을 공부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예술에 대한 갈급함을 가지고 있다.
유치원을 다닐 무렵,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며, 엄마에게 말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커서 월수금에는 과학자를 하고, 화목토에는 화가를 하겠노라고. 경제학을 공부하는 지금, 나는 그 꿈을 이뤄가고 있노라고, 믿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