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늦었지만, 영화 <경주>에 대한 후기를 쓴다. 사실 나는 이 영화를 꽤 기대하고 봤는데, 생각했던 느낌은 아니었다는 말을 먼저 해야겠다. 이 영화를 보기 전, 내가 읽은 지인들의 기본적인 평들은, "홍상수" 영화 같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도 이 영화를 보기 전, 단지 예고편만을 봤을 때, 그와 같은 생각을 했었다.


"귀 한번 만져봐도 돼요?" 라거나, "그럼 아직도 제가 변태인 것 같아요?"라거나, 홍상수의 그것을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직접 영화를 보고 난 나의 소감은, 그렇지 않다. 홍상수의 느낌은 아니다. 다들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 비교하는데, 홍상수라기에는 찌질함이나 끈적함이 부족하다. 끈적하다기 보다는 농밀하고, 절제되어 있다.


영화 초반에 신민아가 책을 읽는 장면이 나오는데, 책 제목을 보면, <김선우의 사물들>을 읽고 있다. 이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나는 김선우 시인의 시집은 아마 거의 다 읽어보았다. 4-5권 정도는 읽은 듯하다. 김선우 시인의 소설이나 산문들은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 말이다. 예전에 콜트콜텍 수요문화제에서 김선우 시인을 만나서, 싸인받았던 기억이 있다.


나는 이 영화가 자주 비교되듯이 홍상수와 같은 찌질하고, 현실적인 '성인물'의 느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선우 시인 이야기를 왜 꺼내냐면, 이 영화의 정서는 홍상수의 정서라기보다는, 김선우 시인의 시집에서 등장할 법한, 농밀함의 정서라고 생각한다.


"(...)진즉에 알아챈 강원도 민둥산에 들어/윗도리를 벗어올렸다 참 바람이 맑아서" - 민둥산


"그러니 우리 사랑할래요?/(...)// 꽃잎 물고기와 사슴을 불러 해금을 켤까요/그대와 그대가 사랑을 나눌때 그대와 그대 곁에서 (...)" - Everybody shall we love?


같은 정서랄까. 정초한 찻집에서 차를 마시는 거라거나, 연꽃잎이나 개구리라거나, 하는 경주의 풍경들도 그와 잘 어울린다.


덧붙여서: 나는 영화 년도를 쓸 때에, 개봉년도가 아니라 제작년도를 기준으로 삼고서 쓴다. 그래서 2014년 한국에서 개봉되었지만, 2013년으로 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