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오늘자는 참 재밌었다. 남은 두 화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려나...


1. 우리가 믿는 것과는 달리, 사랑은 생각보다 허위의 산물이다. 이데올로기를 이르러 혹자들은 허위의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사랑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한 물질적 조건들, 그리고 동시에 그것이 역시 가능하게 하기 위한, 허위의식이 존재한다. 


1-1. 한여름과 남하진의 관계를 보면, 저마다 이중적인 생각들,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이것은 1화부터 존재하던 것이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흥미롭다. 한여름은 첫화부터 강태하의 존재를 숨기기에 급급했고, 남하진은 한여름 몰래 (강제된) 맞선을 보러 나간다. 이 이중적 태도와 생각들은 이 관계의 고질적인 것으로, 처음부터 드라마의 예비된 성격이다. (물론 인간관계 모두의 특징이다.) 그리고 이 성격은 이들의 관계를 '바닥 끝까지' 가게 만들 기저이다.


2. 강태하가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여야 하는 이유가 드라마에서 밝혀졌다. 작가가 <로맨스가 필요해>에서도 똑같이 설정해 놓았던 공식이 여기서도 통용되었다. 왜냐하면 까칠하고 츤데레의 구남친은 사실 여자가 모르는, 하지만 여자를 진정으로 위하는, 비밀스런 이유를 숨겨놓은 전지전능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비밀스런 이유는 가구 디자이너로서 한여름을 성장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비용을 아끼지 않고 디자인을 하도록 지시했던 것이었다. (물론 오해하지 마시라. 드라마를 위한 설정이 그렇다는 것이다.) 


2-1. 참고로 <로맨스가 필요해>에서는 구남친이 희귀병을 앓고 있었다는 설정이 있었다. 다행히 <연애의 발견>에서의 설정은 좀 더 현실적이다.


3. 확실히 강태하는 모든 것을 다 아는 인물이다. 그는 전지전능하다. 오늘 남하진과 술을 마시면서 그에게 말한 내용은, 사실 드라마의 줄거리를 압축하고 있다. (그는 그정도로 전지적이다.) 그가 말하길, 남하진은 한여름을 사랑하지만, 한여름은 한여름을 사랑한다. 그래서 남하진은 한여름이 그저 옆에 있어주면 좋지만, 한여름은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한다. 한여름은 남하진 옆에 있으면 포기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남하진은 모른다. (그리고 자신은 그것을 알며, 그것을 성장시켜줄 수 있다.) 


3-1. 한편, 남하진은 확실히 성격이 연약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는 모든것을 다 이해하고 감싸줄 것처럼 행동하다가도, 점점 참기 힘들어지자, 더이상 전혀 허용하고 이해하지 못한다. 추상적인 말들이지만, 작은 행동들에서 그의 성격이 감지될 수 있다. 몇 회째 반복되고 있지만, 예를 들어 오늘 화를 보자면, 그녀가 울고 있는 것을 보고, 언뜻 모르는척 넘어가는건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데, 남하진은 얼른 문을 열고 한여름의 이름을 부른다. 연약한 사람들은 상처를 받으면 공격적으로 변하는 법이다. 오늘 한여름이 발이 아픈것을 알고도 계속 돌아다니는걸 봐라. 그는 상처받은 사람이고, 한여름은 그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있다.


4. 남하진 앞에서 한여름이 주저 앉아서 펑펑 운 것이 세번이 있다. 그중에 두번은 강태하 때문에 운 것을 남하진이 보게 된 거였고, 나머지 한번은, 남하진의 프로포즈를 거절하고나서 그의 집앞에서 운 것이었다. 당시 남하진은 그녀에게 왜 울었는지 물었는데, 이렇게 대답했다. "혼자 남겨질 하진씨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서". 그렇다. 당시 이 대사는 남하진의 프로포즈를 다시 받아들이고 나서 한 말이었으나, 사실 차이게 될 남하진에 대한 한여름의 속마음과 동일한 것이었다.


4-1. 이쯤되니, 남하진이 불쌍해진다. 남하진, 한여름 그 둘은 차근차근 하나씩 관계의 견고한 성을 완성시키고자 시도했고, 또 그러기를 고대했지만, 드라마는 "이미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경로로 밟아져가고 있다. 1화에도 나왔던, "우연이 어떻게 운명이 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그 운명은 드라마 작가가 결정한 것이다.


5. "2시간 밖에 못잤어" 이 대사가 몇번 나왔던 것 같다. 주로, 회상장면에서 강태하가 한여름과 싸울때 나왔던 말이다. 오늘은 한여름이 남하진에게 한 말이 되었다. 일 때문에 바쁜 건 사실 사랑의 윤리에서 어긋나는 것도 아닌데, 일하다가 한여름과 강태하도 헤어지고, 한여름과 남하진도 오늘 결국 헤어졌다.


5-1. 덤으로 윤실장은 일 때문에 연애할 시간도 없다.


6. 그냥, 둘씩 짝지어줬으면 좋겠다. 강태하-한여름, 남하진-윤진이, 윤솔-의사남. 물론 이래도 두 사람이 짝을 못찾는다. 윤솔이 거느린 3명의 물고기 중 2명이 탈락하기 때문이다.


7. 아마 드라마는 강태하-한여름의 경로로 따라갈 것 같지만, 이렇게 평하고 싶다. 강태하-한여름으로 결말이 맺는다면, 강태하-한여름이라는 정해진 경로대로 드라마는 작동하고, 결국 10년전 이 둘이 처음만났을 때, 또는 5년전 이 둘이 헤어지기 전으로 돌아가고, 결국 달라진건 없고, 역사도 없었다고.


7-1. 한편 남하진-한여름으로 이어진다면, 강태하와 헤어진건 이미 5년전이고, 모든 것이 달라졌고, 관계맺는 방식도 방법도, 기술도, 규범도, 달라지고, 역사는 언제나 생성과 소멸의 과정이고, 그렇게 역사는 계속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