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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선의 음악을 모조리 다 들어보고, 라이브도 많이 보고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년 전부터 그의 음악 대부분을 쭉 들어왔었다. 그래서 크게 3개의 음반을 중심으로 몇자 쓰고자 한다. 1) <스무살 도시의 밤>, 2007 2) <백년>, 2012, 3) <동물>, 2014. 이 앨범이 내가 아는 단편선의 풀앨범이다. <처녀>라거나 하는 앨범은 풀앨범은 아닌듯하니, 제외하기로 하자. 앞의 두개는 회기동 단편선의 이름이고, 마지막은 단편선과 선원들의 이름이다. 첫번째 것은, 정식으로 발매된 것인지, 데모음반인지, 잘 모르겠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인터넷에서였는지, 아니면 홍대 두리반에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그의 라이브를 처음 듣고서 꽤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그는 당시 술을 조금 마셨는지, 얼굴이 시뻘게져 있었고, 그가 음반을 낸다면, 프로그레시브 포크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한참 후에 그의 정식 음반이 발매되었는데, 그것이 <백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좀 별로였다. <동물>은 전작 보다 낫다고 평하고 싶다. 내가 기대했던, 프로그레시브한 면모가 두각을 보이는듯하기도 하고 말이다.
이번작은 바이올린이 신경질적으로 삑삑거리는 것이, 아무래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일 것이다. Velvet Underground나 Sonic Youth의 어느 곡에도 그렇게 바이올린이 삑삑거리는 것이 있었지 않았나 싶은데, 그런 것들과 딱히 비교하려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한편, 대개 히스테리라는 것을 주로 여성의 어떤 것으로 비유하는 관행을 생각해본다면, (히스테리의 어원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남성적 화자의 히스테리는 조금은 낯설다. (그렇게 낯선 것은 아니지만.)
단편선의 곡들은 전반적으로, 아주 남성적이다. 운동권 내지는 각오에 찬 빈민 남성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내가 앞서 나열한 3개의 음반을 편의상, 1집, 2집, 3집이라고 부른다면, 1집부터 3집까지 쭉 그런 정서가 빠짐없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그의 곡들은 어딘가, 사회운동에 대한 부채감 같은 것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의 히스테릭함은 그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은 아닐까, 추리를 하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한가지 말을 덧붙여야겠다. 사실 이 말이 가장 하고 싶던 말이다. 내가 언급한 앨범들을 편의상 1,2,3집이라고 부르자. 1집 <스무살 도시의 밤>, 2007은 빈민정서의 비교적 말랑말랑한 판본이라면, 2집 <백년>, 2012부터는 한대수가 언뜻언뜻 느껴지고, 3집, <동물>, 2014에서는 그것이 더 심해져서, 송창식이 되어버렸다. 특히 "땅불바람물마음"뭐 이런거 반복하는데, 송창식의 "가나바라다바사아차카파타하" 하고 외칠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