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없는 수박 김대중, "Blues to Muddy" (씨 없는 수박, 2013)


좋구만. Muddy Waters에게 바치는 블루스라는데, 어딘지 B.B. King과 대비가 된다. 비비킹이 Why I sing the blues나 I'm a Blues man 같은데서는, 가오쩔게 나는 이래서 블루스를 한다고 말하는데, 여기서는 씁쓸하게 "그대를 따라 여기에 왔는데, 아무 것도 없네요"라고 읊조린다. 물론 비비킹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블루스 기타리스트지만...


이 패배주의적 감수성은, (인간관계들이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자립생산자조합 류의 음악에서 두드러지고, 한편으로는 과거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정서와는 상당히 대비된다. 자주 하는 말이지만, 들국화가 '새파랗게 젊다는게 한 밑천인데'라고 말하던 것이, 밤섬해적단에서는 '나는야 ㅅㅂ 존나 젊다'라고 울부짖고,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가사를 김대중은 "불효자는 울지 않고 놉니다"고 비틀어버린다. 왠지 정태춘이 생각나는 이름 김태춘은 정태춘과는 전혀 다르게, 여기는 x같은 세상이라고, 갈아엎자고 말한다.


사실 이와 같은 정서는 인디록씬에서 그리 새로운 것만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90년대 미국 얼터너티브, 그런지 류의 정서일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면, beck의 loser가 될 것이다. 여기서 벡은 그래 나는 루저야, 그러니까 죽여버려, 라고 말한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한국 90년대 언더그라운드 씬은 약간 다르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든다. 우선 한국의 당시 가요계는 꽤 발랄한 분위기의 아이돌 그룹들이 많았고, 언더그라운드라고 할만한 곳에서는, 크게 두가지 양상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첫째는 1세대 펑크밴드들이고, 이들은 '잉여', '루저' 코드라기보다는, '우린 펑크! 또라이 막나가지 우린 겁나 쎄!' 이런 느낌이 아니었나 싶다. 둘째는 삐삐밴드 스타일로, 우린 특이해! 못생겼지만 괜찮아! 그런 느낌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렇게 정리를 해보면, 그 이전에 한국에 잉여, 루저 코드는 부재했다고 생각해본다. 내 기억에 잉여, 루저 코드가 부상한 건 2000대 후반즈음 부터가 아닐까 싶다. 자립생산자조합 류 (잘 모른다. 편의상 이렇게 부르자.)의 잉여, 루저 코드가 부상한 건, 그런 의미에서 서구에 비해 꽤 뒤늦은게 아닐까 싶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소련에서 밴드 끼노의 1집 앨범에는 잉여라는 의미의 제목을 가진 곡이 두 곡 수록되어 있는데, 이게 1982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