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계량경제학 시간은, 수강하는 타과생들이 많다. 그리고 이름도 모르고, 얼굴만 아는 타과생 모양과 모군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썸' 까지는 아니지만 그 전 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은 이렇다.


1. 수업시간 앉는 자리는 거의 고정적이다. 그리고 모군과 모양의 자리 역시 마찬가지다. 이 둘은 상당히 먼 거리에 앉아있다. 모군은 혼자 앉고, 모양은 친구1과 함께 앉는다. 나는 이들 중간에 앉아있다.


2. 그런데 어느날, 모양이 모군에게, 자기 옆에 앉으라고 채근했다. 그래서 모군이 진짜 모양 옆으로 가자, 모양은 모군에게 '오라고 진짜 온다'고 무안을 주었다. 뻘쭘해진 모군은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다. (사실 이 장면부터 상당히 의심스러웠다. 적어도 모군이 모양에게 마음이 있다고 느껴졌다. 그렇다고 다시 되돌아가는 것이 어딘가, 석연찮았다.)


(참고로, 모양은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이고, 모군은 조용하고 다소 소심해보인다.)


3. 그 후로, 모양과 모군은 계속 서로 떨어진 채로, 자기 자리를 고수했다. 그런데 오늘, 아직 모군도 친구1도 오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모양이 평소 모군이 앉던 자리쪽에 가서 앉았다. -- 잠시 후 모군이 들어와서 평소 앉던 자리에 앉아서, 모군과 모양이 위아래로 붙어있게 되었다. 물론 여기서 바로 옆자리에는 못앉고 바로 뒤로 가서 앉은 점에서, 서로 간에 아직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친구1도 늦게 들어와서 모양 옆에 앉았다.)


4. 이 장면을 보면서, 혼자 생각해보는데, 생각해보니, 모양이 평소 친구1과 대화하는데, 모군에 대해서 자주 언급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그때마다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왜냐하면 자주 언급할 정도로 친밀한데, 서로 따로 따로 앉는다는 것이 조금 의아했었기 때문이다.


5. 또, 학기 초에 계량 수업을 듣는 사람들과 단체로 고기를 먹으러 간 적이 있었다. 물론 교수님이 사주시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모양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어색한 분위기에서 모양과 대화를 꾸역꾸역 한적이 있었는데, 모임이 파할 때쯤, 무려, 한테이블 건너 그 다음 테이블에 앉아 있는 모군에게 말을 거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친한가?' 싶은 의아감을 가지고 있었다.


===> 종합해 볼 때에, 모양은 모군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모군도 그런 것 같다. 계량 중간고사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는데, 이런거나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