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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는 진정으로 가장 대중적인, 그리고 최신의, 이데올로기라는 생각이 든다. 인류는 언제나 진보할 것이고, 그것이 얼마나 세련되게 묘사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몇자 쓰자면, 나의 감상은 이렇다.
2. 음, 참고로, 내가 본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는, 아쉽게도 이게 두 번째다. 메멘토랑 이 영화가 전부다. 메멘토는 15년 전에 봤고, 그 유명하다는, <다크 나이트>도 안봤다. 아무튼...
3. 영화는 옥수수 농장으로부터 출발한다. 쿠퍼는 병충해 때문에 식량이 부족해진 어느 지구에서, 옥수수 농장을 고집하는 엔지니어이자, 농부이다. 그리고 알다시피, 옥수수는, 알다시피 구대륙 청교도들이 신대륙으로 건너와 처음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던 작물이다. 바로 개척의 상징인 것이다. 하지만 쿠퍼가 사는 그 시대의 지구는 그 개척의 동력은 이미 노쇄한 상황이고, 옥수수 마저도 병충해를 이기지 못했다. 해답은 지구 밖에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고, 쿠퍼와 그 딸과 같은 새로운 개척자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4. 영화에서 옥수수 농장을 차를 타고 가로지르는 장면은 세 번 등장한다. 첫 번째 장면은, 영화 초반에 쿠퍼가 아들, 딸을 데리고 학교가는 길에, 무인 정찰기를 발견하고, 도로를 이탈해서 옥수수 농장을 가로질러 정찰기를 쫓아가는 장면. 다음으로는 쿠퍼가 딸을 떼어 놓고 NASA로 가는 장면, 마지막으로 딸이 아빠 쿠퍼의 진의를 확인하기 위해, 길을 가다가 다시 집쪽으로 유턴해서 옥수수 농장을 가로 지르는 장면. 두 번째 장면에서는 그냥 길을 따라 가는 반면, 첫번째와 세번째는 길을 무시하고 농장을 헤쳐간다. 그리고 길을 따라 그냥 간 것은, 쿠퍼가족에게 불운을 주었지만, 길을 헤쳐간 것은 영화 속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쓰인다. 개척자는 개척자 다워야 했다.
5. 쿠퍼는 진정으로, 개척, 진보의 아이콘이다. 언제나 대범하고, 역경을 극복해낸다. 말하자면, 그는 언제나 역경을 헤치고 진보를 거듭해왔던, 인류의 산 증인이다. 쿠퍼가 우주 공간 위를 떠다닐 때, 우주복을 입은 그의 모습은 흡사, 우주에서 바라 본, 지구의 모습을 연상케한다. 둥그런 우주복 헬멧은 아주 의도적으로 지구를 연상케 한다. 왜냐하면 쿠퍼가 인류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쿠퍼는 마침내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들" 역시, 사실은, "우리" 자신이 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6. 쿠퍼의 개척은 결코 중단 될 수 없다. 때문에, 딸과 재회하였지만, 딸은 그를 놓아주게 된다.
7. 화려한 영상들이 많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블랙홀 내부의 모습이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그곳을 어떻게 하면, 가장 현실적으로 묘사될 수 있을까. 감독은 '네모'를 선택했다. 네모는 아주 밀도 높은 공간을 묘사한다. 블랙홀처럼 말이다. 그리고 동시에, 차원과 차원 사이의 초월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거대한 장벽처럼 보인다. 덧붙여서 보통 우주를 묘사할 때, 많은 사물들은 원형의 모습을 보인다. 그것은 마치 우주, 자연의 섭리같다. 한편 블랙홀 내부의 모습은 '네모'였기에, 가장 생경한 모습이 연출되지 않았을까.
8. 주인공이 엔지니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엔지니어는 보통 Geek Nerd 같은 이미지를 보이거나, 기껏해야 아주 평범한 모습으로 표현되곤 하는데, 여기서 쿠퍼는 가장 대범하고 능력있는, 가장으로 등장한다.
9. 개척자 아저씨 쿠퍼가 우주의 웜홀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