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ㄱㄷㅅ이랑 노트북으로 영화나 보려고 노트북에 있는 영화 중에 재밌어 보이는 영화 하나 적당히 골라서 영화를 보는데,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나온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영화화한 거 인줄 알고 켰는데, 내가 그냥 예전에 사이프리드가 나와서 다운받아놓은 거였다.


1. 진지하게 안봐서 별로 할 말도 없지만, 영화는 그냥 그랬다. 사이프리드가 약혼남이랑 신혼여행을 가는데, 모두가 예상할 수 있듯이, 신혼여행 간 베로나에서 바람나서 파혼하고 새로운 남자랑 사귐. 베로나는 사랑의 도시.


(개인적으로는 새남자 보다 약혼남이 생긴게 더 잘생기고, 이탈리아 사랑의 도시랑 어울림..)


2. real love를 믿지 않는 realist 영국남과 real love를 믿는 뉴요커 예비기자녀가 사랑의 도시 베로나에서 만나서 연애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사랑이라는 낭만적 테마이고, 다른 하나는 여성의 역할이다.


3. 주지하듯이, 낭만적 사랑의 시작은 유럽 음유시인에게서 찾을 수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것의 좀 더 근대적인 판본이다. 금기된 사랑의 주인공인 여성은 오직 창가 발코니에서 그를 기다리고, 음유시인은 창가 앞에서 그녀를 올려다 보면서, 그녀에게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른다. 이 낭만적 사랑의 전형은 물론 가장 마지막에서 의미있게 등장하지만, 그외에도 발코니에서의 씬은 의도적으로 몇번 더 등장한다.


4. 하지만 남성의 구애, 여성의 수동적 화답이라는 전통적인 관계를 조금 비틀어서, 여성이 (비교적) 적극적으로 사랑을 쟁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는 그런 장면들을 평소에 멋있어 하는 것 같다.) 때문에 사랑의 고백은 발코니에 있는 여성의 역할이 되었고, 그 둘을 엮게 해준 할머니-할아버지 커플의 경우도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찾아다니는 것으로 시작된다.


5. 여기에서 한가지 의미부여를 하자면, 영화의 제목이 주지하듯이, "레터스 투 줄리엣"으로, 사실 이 영화의 청자는 바로 줄리엣들이다. 영화 초반부, 줄리엣의 집 앞 벽에 울며 편지를 써서 붙여놓고 돌아가는 수 많은 줄리엣들, 그들과 같은 이들, 로서, 소피(사이프리드)처럼 사랑을 쟁취하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