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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7일]
그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숱한 찬미와 예찬을 받아왔다. 이따금씩 그의 생에 있어서 사람들과의 갈등으로 언성을 높히고, 때로는 스스로 울던 시간들도 있지만, 그의 생을 통틀어서 그에게 쏟아진 찬미와 예찬은 조금도 아까운 것이 아니었다. 사실 그는 너무나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처음 그림을 그려 세상에 내놓았을 때에도, 그가 처음 세상에 무언가 말을 했을 때에도, 모두가 놀라며 그를 찬미했었다. 그의 생에 있어서 가장 사람들이 놀랐을 때를 고른다면, 아마 그것은 그가 처음으로 걸었을 때이다. 그도 그런것이 사실, 그는 이제 여덟살이었다.
찬미와 가능성에 대한 예찬은 여기까지, 그에게 있어서, 그의 삶은 그 나름대로, 문제투성이였다. 그가 하루하루 먹는 밥의 양이 늘어날 때마다, 그가 나날이 살이찌고, 키가 크고, 육신이 성장해가는 것에 따라, 세상은 그에게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해나갔던 것이다. 그는 언제부턴가 단추도 혼자서 채워야했으며, 양말도 스스로 신어야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는 이제 양치도 혼자서 해야했으며, 심지어, 화장실을 간 후 그 뒷처리까지도 그 자신만의 문제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그의 어머니가 어느날 유치원 선생님과의 면담이 있은 후부터 더욱 더 노골화되었으며, 가속화되었다. 그의 머리로는 그날의 면담이 그의 어머니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야기시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가 유치원과 유치원 선생님에게 증오심을 갖게하는 것과 동시에 어머니에게 깊은 배신감을 주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충분했다. 이제 그에게는 가슴 속 깊은 충동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이제 어머니와 함께 잠을 자고 싶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가 그에게 밤바다 들려주던 자장가도 더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동화책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사실, 그는 얼마전부터 글을 알고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일부러 글자를 틀리게 읽으며 글을 읽지 못하는것처럼 보이는 방법까지도 알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동화책 읽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것들은 이제 그 자신, 즉 혼자만의 일이 되었다. 그것은 어쩌면 그의 생에 있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사실, 그는 근래에 들어와서, 너무 많은 일들을 혼자해야만 했었다. 이전에 어머니와 함께 해왔던 수 많은 일들이 모두 그 혼자만의 의무로 바뀌었다는 점은 우리가 이미 이야기 나누었던 것 아닌가. 그가 혼자해야만 하는 일이 늘어난 것에 따라서, 그도 어머니의 간섭을 받지 않고 혼자서 하고 싶은 일들이 생겨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는 늘어난 그의 의무와 함께 그 자신의 권리를 증진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이제 자신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아졌다. 방문을 꼭꼭 잠그기까지 하였다. 그의 어머니도 그의 의중을 아시고, 그의 방에 잘 들어가지 않으셨다. 그래도 가끔씩은 그의 방에 몰래 들어가셨는데, 이때는 그가 잠을 잘 때, 이불을 덮어주고 볼에 뽀뽀를 하시기 위해서와 방을 치워주시기 위해서 뿐이다─언급하지 못한 점이 있는데, 그는 그의 어머니가 그의 방을 청소하기 위하여 들어오시는 것조차 반대했기에, 그는 직접 방을 치워야했다. 그의 어머니가 그의 방을 청소하실 때는 그의 방을 닦거나, 그 스스로가 어찌할 수 없을 만큼 방이 어지럽혀있을 경우이다.
그는 혼자서 하는 많은 일들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청소는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그의 어머니가 청소하는 것이 마땅히 싫은 이유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어머니의 청소를 막는 것은 비단, 자신의 세계에 남이 들어오는 것이 싫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도 현명하고, 자신의 물건이 어디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잘 알고 있었는데, 그의 어머니가 청소하고 난 후에면 이따금씩 자신의 물건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서, 이따금씩 자신의 물건이 사라지는 것은, 때때로 참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에게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물건들이 존재했고, 그것들이 사라지는 것은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못 할 테니,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에게 소중한 물건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가치기준이 존재하고, 그 기준에 따라서 그의 어머니가 그의 물건을 버린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그는 이제 여덟살이지 않은가.
대개 사라지는 물건들은 특징이 있어, 간단하게 분류될 수 있었다. 바로, 그가 어렸을 때부터 써왔던 것들이다─. 그것들이 그의 어머니에게 있어서는 낡고 오래되어 남루한 물건들이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인생 전부를, 혹은 그것의 절반이나 사분의일을 함께한 동반자였다. 그는 그만의 가치기준을 가지고 있었고, 사라진 물건들은 그만의 가치기준에 의거한 물건들로써, 그의 숭고한 정신세계가 그대로 체현된 것들이었다. 그는 온전하게 그의 소중한 물건들로써, 그를 나타내었다.
다시 말해서 그 물건들은 자기자신 그 자체였다. 그의 물건이 사라지는 것은 그의 일부분이 사라지는 것과 다를바 없었다. 자신의 안구나 혹은 손가락이 잘라져 버린다면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겠는가. 지금까지 사라진 그의 안구 혹은 손가락 따위의 것들을 다 모은다면, 모르기는 몰라도 아마 지금쯤 한 박스정도는 모여졌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지금 그에게 애도를 표시해야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지금 또 물건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노란색 오리배였다. 그것은 요즘 그가 혼자서 욕조에 들어가 목욕할 때면, 언제나 같이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에게 문제가 또 일어났다. 그가 요즘 욕조에서 목욕할 때면 가지고 노는 노란색 오리배가 사라진 것 때문은 아니다. 바로 그가 학교에 가게 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여덟살이고, 지금은 바로 3월이었다. 정확하게 3월 1일이었다. 바로 내일이 입학식이다. 그가 3월 2일이면, 모든 학교에서 입학식을 한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바로 내일 학교를 가야만 한다는 점은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조금 전에 그의 어머니가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혼란에 빠졌다. 그가 아무리 유치원을 가기 싫어했었다고 하더라도, 학교를 보낸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가 유치원을 가기 싫어하는데, 학교를 가고 싶어할리도 없을 뿐더러, 그도 유치원 보다 학교가 더 나쁜 곳이라는 점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문제는 언제나 동시다발적으로 우리에게 온다. 그에게도 그랬다. 그는 지금 당장 어떠한 결단을 내려야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의 생명을 버려야할 지도 모른다.
이곳 세계에서 사라진 물건은 찾을 길이 없고, 당장 내일은 학교에 가게 생겼다─학교는 무조건 3월 2일에 들어가야한다는데 어찌하겠는가. 그래서 그는 죽기로 했다. 그가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그의 생명을 걸고 죽기로 결심하였다. 그가 학교에 가지 않고, 사라진 물건을 찾는 방법은 그 방법뿐이었다. 죽으면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자명하거니와, 그는 죽어서 이곳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에 가면, 사라진 물건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본 것처럼, 독약을 먹고 죽기로 했다. 하지만, 독약이 무엇인 줄 알고서, 또 어디서 구해서 먹어야 하는지 알리가 없었다. 방법은 요원해보였다. 우선 그는 냉장고를 뒤져보았지만, 그 곳에서 무슨 수로 독약을 찾는단 말인가. 우선 하나 하나 먹어보기로 하였다. 당근과 같은 것들은 그도 무엇인지 충분히 잘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먹지는 않았다. 그리고 결국, 그는 냉장고 안에서 독약을 발견해내었다. 생긴 것은 투명한 그냥 물같은 것이 그의 생각과는 다른 전혀 의외의 것이었지만, 그가 맛을 보아본 결과, 맛이 쓰디쓴 것이 그가 상상할 수 있는 독약의 맛과 정확하게 일치하였다. 그는 그대로 그것을 먹었으며, 이내 죽었다.
그리고 이곳은 천계일까, 아니면 그곳으로 가는 길목일까, 그의 앞에는 어떠한 방 문이 보였다. 그는 그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은 서재였는데, 그는 언젠가 들어갔다가 어머니에게 혼이 난 이후로 다시 들어가본 적이 없었다. 그곳에는 천장까지 높이 세워진 책장들이 줄지어 서있었고, 그의 이름이 쓰여진 상자가 놓여있었다. 이를테면 시간의 상자─. 무엇일까, 그는 그것을 열어보았다. 상자 안에는 그가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물론이고, 그가 오래전 그린 그림, 그의 사진들, 그리고 노란색 오리배까지, 그동안 사라진 모든 것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숱한 찬미와 예찬을 받아왔다. 이따금씩 그의 생에 있어서 사람들과의 갈등으로 언성을 높히고, 때로는 스스로 울던 시간들도 있지만, 그의 생을 통틀어서 그에게 쏟아진 찬미와 예찬은 조금도 아까운 것이 아니었다. 사실 그는 너무나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처음 그림을 그려 세상에 내놓았을 때에도, 그가 처음 세상에 무언가 말을 했을 때에도, 모두가 놀라며 그를 찬미했었다. 그의 생에 있어서 가장 사람들이 놀랐을 때를 고른다면, 아마 그것은 그가 처음으로 걸었을 때이다. 그도 그런것이 사실, 그는 이제 여덟살이었다.
찬미와 가능성에 대한 예찬은 여기까지, 그에게 있어서, 그의 삶은 그 나름대로, 문제투성이였다. 그가 하루하루 먹는 밥의 양이 늘어날 때마다, 그가 나날이 살이찌고, 키가 크고, 육신이 성장해가는 것에 따라, 세상은 그에게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해나갔던 것이다. 그는 언제부턴가 단추도 혼자서 채워야했으며, 양말도 스스로 신어야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는 이제 양치도 혼자서 해야했으며, 심지어, 화장실을 간 후 그 뒷처리까지도 그 자신만의 문제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그의 어머니가 어느날 유치원 선생님과의 면담이 있은 후부터 더욱 더 노골화되었으며, 가속화되었다. 그의 머리로는 그날의 면담이 그의 어머니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야기시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가 유치원과 유치원 선생님에게 증오심을 갖게하는 것과 동시에 어머니에게 깊은 배신감을 주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충분했다. 이제 그에게는 가슴 속 깊은 충동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이제 어머니와 함께 잠을 자고 싶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가 그에게 밤바다 들려주던 자장가도 더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동화책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사실, 그는 얼마전부터 글을 알고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일부러 글자를 틀리게 읽으며 글을 읽지 못하는것처럼 보이는 방법까지도 알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동화책 읽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것들은 이제 그 자신, 즉 혼자만의 일이 되었다. 그것은 어쩌면 그의 생에 있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사실, 그는 근래에 들어와서, 너무 많은 일들을 혼자해야만 했었다. 이전에 어머니와 함께 해왔던 수 많은 일들이 모두 그 혼자만의 의무로 바뀌었다는 점은 우리가 이미 이야기 나누었던 것 아닌가. 그가 혼자해야만 하는 일이 늘어난 것에 따라서, 그도 어머니의 간섭을 받지 않고 혼자서 하고 싶은 일들이 생겨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는 늘어난 그의 의무와 함께 그 자신의 권리를 증진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이제 자신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아졌다. 방문을 꼭꼭 잠그기까지 하였다. 그의 어머니도 그의 의중을 아시고, 그의 방에 잘 들어가지 않으셨다. 그래도 가끔씩은 그의 방에 몰래 들어가셨는데, 이때는 그가 잠을 잘 때, 이불을 덮어주고 볼에 뽀뽀를 하시기 위해서와 방을 치워주시기 위해서 뿐이다─언급하지 못한 점이 있는데, 그는 그의 어머니가 그의 방을 청소하기 위하여 들어오시는 것조차 반대했기에, 그는 직접 방을 치워야했다. 그의 어머니가 그의 방을 청소하실 때는 그의 방을 닦거나, 그 스스로가 어찌할 수 없을 만큼 방이 어지럽혀있을 경우이다.
그는 혼자서 하는 많은 일들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청소는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그의 어머니가 청소하는 것이 마땅히 싫은 이유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어머니의 청소를 막는 것은 비단, 자신의 세계에 남이 들어오는 것이 싫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도 현명하고, 자신의 물건이 어디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잘 알고 있었는데, 그의 어머니가 청소하고 난 후에면 이따금씩 자신의 물건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서, 이따금씩 자신의 물건이 사라지는 것은, 때때로 참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에게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물건들이 존재했고, 그것들이 사라지는 것은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못 할 테니,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에게 소중한 물건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가치기준이 존재하고, 그 기준에 따라서 그의 어머니가 그의 물건을 버린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그는 이제 여덟살이지 않은가.
대개 사라지는 물건들은 특징이 있어, 간단하게 분류될 수 있었다. 바로, 그가 어렸을 때부터 써왔던 것들이다─. 그것들이 그의 어머니에게 있어서는 낡고 오래되어 남루한 물건들이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인생 전부를, 혹은 그것의 절반이나 사분의일을 함께한 동반자였다. 그는 그만의 가치기준을 가지고 있었고, 사라진 물건들은 그만의 가치기준에 의거한 물건들로써, 그의 숭고한 정신세계가 그대로 체현된 것들이었다. 그는 온전하게 그의 소중한 물건들로써, 그를 나타내었다.
다시 말해서 그 물건들은 자기자신 그 자체였다. 그의 물건이 사라지는 것은 그의 일부분이 사라지는 것과 다를바 없었다. 자신의 안구나 혹은 손가락이 잘라져 버린다면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겠는가. 지금까지 사라진 그의 안구 혹은 손가락 따위의 것들을 다 모은다면, 모르기는 몰라도 아마 지금쯤 한 박스정도는 모여졌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지금 그에게 애도를 표시해야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지금 또 물건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노란색 오리배였다. 그것은 요즘 그가 혼자서 욕조에 들어가 목욕할 때면, 언제나 같이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에게 문제가 또 일어났다. 그가 요즘 욕조에서 목욕할 때면 가지고 노는 노란색 오리배가 사라진 것 때문은 아니다. 바로 그가 학교에 가게 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여덟살이고, 지금은 바로 3월이었다. 정확하게 3월 1일이었다. 바로 내일이 입학식이다. 그가 3월 2일이면, 모든 학교에서 입학식을 한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바로 내일 학교를 가야만 한다는 점은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조금 전에 그의 어머니가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혼란에 빠졌다. 그가 아무리 유치원을 가기 싫어했었다고 하더라도, 학교를 보낸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가 유치원을 가기 싫어하는데, 학교를 가고 싶어할리도 없을 뿐더러, 그도 유치원 보다 학교가 더 나쁜 곳이라는 점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문제는 언제나 동시다발적으로 우리에게 온다. 그에게도 그랬다. 그는 지금 당장 어떠한 결단을 내려야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의 생명을 버려야할 지도 모른다.
이곳 세계에서 사라진 물건은 찾을 길이 없고, 당장 내일은 학교에 가게 생겼다─학교는 무조건 3월 2일에 들어가야한다는데 어찌하겠는가. 그래서 그는 죽기로 했다. 그가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그의 생명을 걸고 죽기로 결심하였다. 그가 학교에 가지 않고, 사라진 물건을 찾는 방법은 그 방법뿐이었다. 죽으면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자명하거니와, 그는 죽어서 이곳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에 가면, 사라진 물건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본 것처럼, 독약을 먹고 죽기로 했다. 하지만, 독약이 무엇인 줄 알고서, 또 어디서 구해서 먹어야 하는지 알리가 없었다. 방법은 요원해보였다. 우선 그는 냉장고를 뒤져보았지만, 그 곳에서 무슨 수로 독약을 찾는단 말인가. 우선 하나 하나 먹어보기로 하였다. 당근과 같은 것들은 그도 무엇인지 충분히 잘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먹지는 않았다. 그리고 결국, 그는 냉장고 안에서 독약을 발견해내었다. 생긴 것은 투명한 그냥 물같은 것이 그의 생각과는 다른 전혀 의외의 것이었지만, 그가 맛을 보아본 결과, 맛이 쓰디쓴 것이 그가 상상할 수 있는 독약의 맛과 정확하게 일치하였다. 그는 그대로 그것을 먹었으며, 이내 죽었다.
그리고 이곳은 천계일까, 아니면 그곳으로 가는 길목일까, 그의 앞에는 어떠한 방 문이 보였다. 그는 그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은 서재였는데, 그는 언젠가 들어갔다가 어머니에게 혼이 난 이후로 다시 들어가본 적이 없었다. 그곳에는 천장까지 높이 세워진 책장들이 줄지어 서있었고, 그의 이름이 쓰여진 상자가 놓여있었다. 이를테면 시간의 상자─. 무엇일까, 그는 그것을 열어보았다. 상자 안에는 그가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물론이고, 그가 오래전 그린 그림, 그의 사진들, 그리고 노란색 오리배까지, 그동안 사라진 모든 것이 자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