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ff Mangum - Live at Jittery Joe's (US, 2001)


  영화 《은하해방전선》에 보면, 주인공 영재는, 연인 은하와 헤어지고 실어증에 걸리고 나서야, 비로소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마이크와 컴퓨터 키보드 자판의 디지털 방식에서야 말을 할 수 있던 그는, 급기야 악기소리로 이야기를 하게 되고, 은하와 소통하게 된다. 은하해방 ‘전선(戰線)’이라는 말에서 나타나듯, 영재의 것은 생성과 소멸의, ─ 혹은 만남과 이별의 ─ 이야기를 가로지르는 여정을 통해서야 비로소 연결되는 하나의 서사였고, 그것은 바로 영재, 그의 방식이었다.


   그것은 때로는, 영화 《김씨표류기》에서, 도시의 히키코모리, ‘여자 김씨(정려원)’와 밤섬의 원시인, ‘남자 김씨(정재영)’가 길고 긴 과정을 통해서 주고 받았던, ‘HELLO’라는 짧은 말과도 같고, 영화 《초감각커플》, 마지막에서야 등장하는, 두 주인공의 환상적인 만화영상과도 같은 ‘초감각적’인 것이며, 영화 《도쿄》에서 ‘히로코’가 나무의자가 되고서 편지로 담아야 했던 과정에 대한 방식이었다. 마찬가지로 영화 《주노》에서의 두 주인공 남녀의 과정에 대한 방법이었고, 영화 《노벰버》에서 ‘알프레도’에의 연기이자, 영화 《렛 미 인》에서의 다급한 모스 부호였다. 


   진부하지만, 여전히 나는 소통이라는 단어를 중요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언제인가 소설가 박범신의 어느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그는 그의 글에서, ‘사람들을 만나서 뻔한 개그에 의례적으로 웃고 실질에 도움도 안 되는 몇몇 정보를 주고받는 체 하다가 잔뜩 지쳐서 돌아오면’, ‘우주의 어느 별을 중계 삼아 당신에게 ‘쓰리쿠션’으로 보내는 모스 부호를 두드리’겠다고 말한다. 그에게도 ‘가까이 있는 당신이 너무도 그립지만’, ‘이 세상의 말들은 이미 정보에 점령당해 그 빛을 잃었으므로’ 그는 우주를 향해, 별을 중계삼아, 모스 부호를 두드려야 하는 것이다. 가장 가까이 있는 당신을 향해, ‘쓰리쿠션’의 모스 부호를 쏘아보내는 그의 방식. 


   내가 모스 부호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중학교 어느 국어교과서의 수필에서 였다. 처음에는 재미로 한번 외워본 것이었고, 지금은 이따금 그대에게 내심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에, 말하기 창피한 이야기를 할 때에, 쓰고는 한다. 그대가 알아보게 될지, 그냥 넘어가고 잊혀질지 알 수도 없이, 온통 점(.)과 짝대기(-)로 채워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그렇다. 어쩌면 나는, 소통을 거부하는 방법으로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대를 향해, ‘쓰리쿠션’으로 도달해가는 그-것-, 전신부호.


    〈I Love How You Love Me〉는 Barry Mann와 Brill Building이 작곡하고, Larry Kolber가 작사를 한 것으로, 1961년, 당대 걸그룹 Paris Sisters가 탑히트를 치고나서 많은 팝가수들에 의해 불려진 곡이다(Wikipedia 참조). 나는 이 곡을 Neutral Milk Hotel의 멤버이자, The Elephant 6의 공동창립자인, Jeff Mangum의 커버버전을 올렸다. 공식적으로 그의 유일한 솔로앨범이자, 라이브앨범인, 《Live at Jittery Joe's》의 것이다. “나는 네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