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으로 우리사회에서 섹스는 금기의 대상일 것이다. 하지만 엄연히 섹슈얼리티의 위계가 존재하고, 이러한 위계 하에서 어떤 섹스는 경우에 따라서 예찬되고, (심지어 매우 성스러운 것으로 묘사된다.) 어떤 섹스들은 비난되거나 금지된다. 그런 식으로 중상층의, 결혼을 한, 이성애자 부부의, 생식을 유발하는, 섹스는 신성한 것으로 묘사되기까지 하다. 하지만 빈곤층의 출산은 때로는 무책임하다고 비난을 받기도 하고, 생식을 유발하지 않는 그러니까 피임을 하는 섹스는 부도덕적인 것으로 묘사되게도 하며, 동성애자의 섹스나 장애인의 섹스, 뚱뚱한 사람들의 섹스, 노인의 섹스, 때로는 여성의 섹스(이성애자 남성이 섹스를 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이성애자 여성과 함께하지만, 여성의 섹스가 금기된다는 것은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정말 어처구니 없는 것이다.)는 멸시받거나 천대받는다. (자위도 마찬가지다.)

   그런 식으로 청소년(말하자면 미성년자)의 섹스는 금기시 되는 것이다. 사실 이 글은 멀티방에 대한 청소년 출입금지를 포함하고 있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보고서 쓰고 있는 글이다. 멀티방에 대한 청소년 출입의 금지는 물론 청소년의 섹스자유를 통제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청소년의 문화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말하자면 일탈이론에 입각하여 청소년들을 일탈로부터 격리하고 통제하겠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문제는 굳이 이 자리에서 하기에 입만 아프고, 지금 쓰고자 하는 글의 주제는 아니다. 나는 대신에 청소년의 섹스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다. (이전부터 나의 관심주제이기는 하였지만) 사실 이는 청소년과 연애하고 관계를 맺는 사람으로서, 나에게 매우 밀접한 주제의 이야기라고 하겠다.

   어른들은 언제나 섹스를 어른의 고유물로 만들고 싶어한다. 말하자면 섹스는 '성숙'을 입증하는 증거이자,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아주 갓난 아기가 나는 섹스를 할 수 있을지 의아하지만, 입증된 사실에 의하면 사실 어린 아이도 뱃속에 있는 태아도, 자위를 한다. 아직 2차성징이 수행되기 한참 이른 유아도 발기를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정확하게 이 문제는 아직 '어린' 아이들이 섹스가 가능한지, 혹은 성욕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대신 문제의 핵심은 청소년을 미성숙의 존재로 규정된다는 것이다. 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이들을 미성숙의 존재로 규정하는 것인가. 성숙의 근거는 단순히 19세에서 20세로 넘어가는 나이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개인적 사회적 경험에 의해 주체화되는 것으로 성숙을 이루어 가는 것이다. 한편, 통제는 대상을 미성숙한 것으로 규정하고, 이를 통제하므로써, 성숙을 이룰 경험으로부터 아에 격리해버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섹스에 대한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청소년에게 올바른 성교육과 피임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섹스를 금기하고, 마치 청소년에게 어떠한 성애도 없다는 듯이 규정하는 것을 영원히 청소년기를 통제당하다가, 20세가 되는 어느날, 그저 아이를 내놓는 일과 같다. 피임도 못하고 관계를 갖고 아이를 학원 화장실에 유기하는 일은 괜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착상혈과 월경을 구분도 못하고 자기가 임신한지도 모르고 지내다가 어느날 배가 불러오게 되는 일은 괜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욕망이라 함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이다. 하지만 타자를 욕망을 가지는 경험적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곧, 타자를 주체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물로 대하는 것과 같다. 청소년은 욕망을 가진 주체다. 청소년의 섹스는 이제 인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