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술을 진탕 마시고, (사실 그리 마시진 않았다. 그저 일찍 취했을 뿐) 집에 가는데, 술은 이미 다 깨서 정신은 멀쩡했지만, 참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이 났다. 새벽 첫차를 타고 집에 가는데, 나의 엄마는 그 시각 일을 하시러 집을 나가신다는 생각에, 괜히 내가 미웠다. 이것저것 짜증나는 것이 많다. 부르쥬아 친구들과 놀려니, 씀씀이는 커서, 어울리기도 힘들고, 가뜩이나 내 사정은 점점 악화되는데, 말이다. 새벽에 술먹고 들어와서 나는 엄마 한번 깨우는 것이 못내 미안해서, 한참을 집 앞에서 집에 들어갈 궁리를 하고 있는 자신이 괜히 연민이 들고 그랬다. 결국 방법도 없어서 엄마한테 전화를 했으면서도, 옆집 옥상에 올라가서 점프해서 우리집 옥상으로 가서 계단에서 왜 벌벌 떨고 있었나 싶다. 남들은 돈달라는 말이 그리 쉽게 쉽게 나오나 싶지만, 나는 그 소리를 안해본지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초등학생 때도 그런 말을 제대로 한번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언제나 나 알아서 하려했었던 것 같다.

   집에 오는 길에, 그 생각이 많이 났다. 옛날 노래 중에서, 옥슨80의 가난한 연인들을 위한 기도, 괜히 우리 데이트 하는 모습이 생각나는데, 참 그랬다. 사실 오늘 데이트하면서도 많이 들었다. 당내외에서 욕을 많이 먹었지만, 사실 나는 내심 진보신당의 청년연애환경개선사업, 키스 플래시몹이 공감이 갔다. 물론 진보신당이 연애환경개선 사업이란 것을 실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망해가는 정당이, 미디어에 나와보기 위한 몸부림의 일환이라는 것이 사실이지만 말이다. 괜히 윤성호 감독의 단편영화, 두근두근 배창호도 생각이 났다. 거기 보면, 윤성호 감독의 실제 경험담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카페에 갈 돈이 없어서, 하루 종일 산책만 하다가 발뒷꿈치가 다 까졌던 일화가 나온다. 연애하기 힘들다. 가난한 연인들의 데이트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