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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지난 새벽에 친구와 나눈 대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앞에서 희망버스를 타고온 시위대는 밤새도록 문화제를 열었다. 유쾌한 난장이 계속되던 때에, 인근주민이라고 자신을 밝힌 어느 아저씨가 난입하여, 시끄럽다며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나는 이 시위대와 인근주민 사이의 간극이 제법 흥미롭다. 이 간극은 보통의 다른 경우에서도 손쉽게 발견된다. 이를테면, 현재 재개발 투쟁이 진행 중인 명동 카페 마리에 가면, 한 자동차에서 투쟁가를 틀어놓고서 인근 도로를 누빈다. 그것을 두고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을 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나름의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간극에 주목한다. 말하자면 투쟁의 국면에서 갈등의 간극은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것 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노동자 사이에도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간극은 비대칭적인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노동자가 행하는 선전이라는 일종의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물리적으로 즉각적인 행위를 성립할 수 있는 것에 반하여, 노동자의 정치성을 거부하고 선전을 거부하고자 하는 것은 눈을 감고 귀를 막아야만 한다. 나는 이 사이의 비대칭적인 간극이 노동자의 정치성에 관련한 정당성에의 어떠한 함의를 지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