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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사이에, 윤성호 감독의 단편, ‘두근두근 배창호’를 한 30번 이상을 반복해 보았다. 실은 지금도 계속 보고 있는 중이다. 내가 왜 지금도 이런 짓을 하고 있는 지는 모르겠다. 딱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정말로 30번 이상을 보자, 사실 조금 지겨운 것은 사실이다. 그냥, 총 길이가 고작 8분으로 짧기도 하고, 영화가 예쁘기도 하고, 부담없이 무언가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바탕화면에 이 영화를 다운받아두고서, 시도 때도 없이 보게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많이 보았는데, 몇자 글이라도 써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쓴다. 다만, 어떤 글을 쓰더라도, 스포일러가 될 것 같기에, 제목에는 스포일러라고 써두었다. 때문에 부디, 이 글보다는, 약 8분의 위 영상을 봐주었으면 한다.
영화는 배창호 감독의 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것이다. 30번씩이나 이 영화를 보면서, 사실 원작에서의 장면이 너무 궁금해서, 오늘은 원작도 찾아보았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재미없는 영화였지만, 원작에서의 장면을 보는 것은 꽤 흥미로웠다. 어쨌거나, ‘두근두근 배창호’에 등장하는 사랑이야기는 참 재밌다. 사실, 윤성호 감독의 팬이라, 그의 거의 모든 작품을 다 보았다. -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 영화는 찌질찌질하고 구질구질한 감독 자신의 사랑이야기에 대한 것이다. 그의 첫 장편, ‘은하해방전선’에서처럼 말이다. 영화에서 감독 그 자신의 대사에서처럼, ‘영화 만드는 사람이 연애하는 이야기’를 말한다.
영화에서 여배우는, “감독님, 이건 거짓말이잖아요”, “이거, 감독님 이야기잖아요, ‘혜린’이 사랑하는 사람이잖아요”, “좋아하는 사람한테 이러지 않잖아요”라고 말하고, 윤성호 감독은, 사랑은 별거 아니라고, 유물론적인 것이라고 말하고, 물질적 조건에서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말하고, 사랑을 부인한다. 이에 가게 사장님, 아니 가게 사장역할을 맡은 실제 배창호 감독은 말한다. “아니, 아니, 그런거 말고, 사랑, 그냥 사랑말이야.”, “모래알처럼 부서지기 쉽고 말이야, 사탕처럼 달콤한, 그런 사랑, 살며시 다가와서, 노크하듯, 문득 번쩍이는, 순간 속삭이”는 사랑을 직접 해보라고 권한다. 그제서야 슬슬 자기 사랑이야기를 쏟아내는 윤성호 감독에게 ‘혜린’은 데이트 신청을 한다. 그 순간 화면은 다시 영화에서 현실로 바뀌고, 그녀가 말하는 것이다. “아트시네마 아세요? 낙원상가 4층, 내일 12시에 거기서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