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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3일]
오랜만에 여유시간을 갖는다. 아직 할 일들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잠시 짬을 내서 글을 쓰고 싶었다. 특별히 그 주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매우 사적인 나의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상에 대해서 간단하게나마 글을 쓰는 것은 어떤가 싶다. 요즘은 학부생 연구 차, 거지 같은 글을 쓰느라 매일 같이 시간이 나는대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판을 두들기고 있다. 덕분에 Proposal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깨닫고 있다. 나는 요즘 되는대로 설정한 주제에 대해서 되는대로 글을 쓰고 있다. 어떻게든 완성을 시키는 것을 그 목표로 해서 말이다. 주제는 신자유주의적 통치성과 그 주체에 대한 것인데, 아주 엉터리 글을 쓰고 있다. 글의 질보다 양을 추구하고 있다고나 할까.
조금 전에는 국제금융론 수업의 과제 차, Proposal을 작성하였다. 연구의 주제는 2007-09년 미국 금융위기에 대한 것이다. 이미 나와 있는 글들을 잘 요약하고 한편으로 정치경제학에서의 공황론을 정리할 생각이다. 연구로서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부담은 덜하지만 학부생 연구와는 달리, 학점에 포함되는 것이다. 어쨌거나 내가 작성하는 두 번째 Proposal이기에 보다 가능한 주제, 협소한 주제로 주제를 설정하였는데, 아마도 이것이 진지한 연구에 대한 것이었다면, 보다 더 축소하라는 조언을 들었을 것이다. case study를 요구하는 교수들에게 나는 언제나 거대서사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한 노릇이란 말인가.
앞으로 과제는 계속해서 나타날테니, 나는 아마 쉴 여유는 많지 않을 것이다. 대충 앞으로 나에게 부여될 큰 과제들이 무엇이 있나 살펴봤는데, 11월 역시 순탄해 보이지는 않아 보인다. 사실 여유가 생기면, 노동가치론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어서, 혼자서 커리큘럼과 교재를 다 선정해놓았는데, 그 공부가 수행되는 일까지는 매우 요원해보인다. 미리 미리 준비를 해두어야겠다. 우선은 당장 내 발등에 붙은 불부터 꺼야겠지만서도 말이다.
경제위기라고 한다. 연일 복지담론에 가려졌지만, 정세는 여전히 위기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주류경제학에서도 연일 이 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대공황의 준하는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음울한 예언도 존재한다. 공황이 나의 혹은 젊은 세대의 음울한 미래라고 말한다면, 나는 왠지 그 시간을 공황론을 공부하는 것으로 대처하면 어떨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균형의 이론이 아니라 공황의 이론, 잉여의 이론이 아니라 이윤율의 이론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어릴 때부터 신을 믿은 탓일까, 나는 자주 막연한 미래를 지독하게 안일하게 상정해버리고는 한다. 비록 맥아리 없는 대학생의 변명이지만, 바빠서 세계에 대한 고민도, 스스로에 대한 고민도 못하지만서도, 나는 이런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