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3년 3월 14일]


오늘은 ㅇㄱㅅ교수님으로부터 소개받은, ㄱ 대학에서 열리는 모 세미나에 참석하였다. 사실 참여하기 전까지 매우 걱정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되게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ㅇㄱㅅ 교수님에게 감사 메일이라도 보낼까 싶은 생각이 들정도로. 앞으로 향후 일정이 다소 기존 일정과 겹쳐서 염려가 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사실 이 세미나는 공개 세미나도 아니었고, 나와 같은 학부생은커녕, 대학원생 조차 없는 경제학 박사들의 모임이라, 처음에는 대단히 어색하고 낯설었다. 한분은 내가 자기소개를 하자, '박사과정생이신가'라고 물으시는데, '아뇨 학부생입니다'라고 대답하는데 상당히 민망했다. 사실, 학부생이 낄 모임이 아니었다. 모임을 주도하시는 ㅂㅁㅅ 교수님이 밥을 먹을 때 어색하게 말을 걸 때마다, 그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사실 ㅂㅁㅅ 교수님은 내가 꽤나 좋아하는 교수님 중 한 분이긴 했지만 말이다. ㄱ대학이 부러운 이유는 사실 그분이 계시기 때문이 아닌가.

 

교수, 박사들이 나누는 일상 대화는 제법 낯설었는데, 무슨 대학 지표라든가, BK사업이야기라거나, 하는 이야기들은 대단히 낯설었다. 아무리 저명한 비주류 경제학자들이라도 그런 각종 정부사업이나 국제화 지표 등에 고민하는 모습은 조금 불편했다. 세미나에 참여하는 분들의 연령은 비교적 다양한 편이었다. 딱히 유추할 기회는 없었지만, 대략 연령대가 삼분할 되었던 것 같다. 가장 연령대가 낮다고 추측되는 분들은 친숙하다고 느껴질 만큼 제법 젊으셨다. 나이를 알 순 없었지만, 결혼하신지 올해가 2년째라고 하실 정도면, 상당히 젊으신 것이 아닌가. 한분은 이미 안면이 있으신 분이었는데, 내색하지 않았지만 솔직히 매우 반가웠다. 작년 우리학교에서 강의를 하셨던 분이셨는데, 딱 한학기만 하시고 더 하시지 않으셨다. 우리 학교가 마음에 안드셨을지도 모르겠다. 좌우간 ㄱ대학에는 그런 모임도 있고, 참 부럽다. ㅈㄴㅇ박사님도 ㅅ대학에서 학부를 마치고, 자대 대학원에 가신게 아니라, ㄱ대학에서 학위를 따신 것을 보면, 아마도 그러한 모임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ㄱ 대학 캠퍼스에 들린 김에, ㄱ 대학 여성주의교지도 한권 가져왔는데, 예전에도 느낀거지만 교지도 정말 멋졌다. 우린 왜 그런 교지를 못만들었을까. 다시 교지활동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정도였다.

 

세미나는 제법 알아들을 수 있었다. 딱히 케인즈를 공부해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래저래 주워들은 이야기들이 많은지, 세미나 내용을 이해하는데 학부생으로서의 이해를 돕는데는 무리가 되지 않았다. 다만 지식의 양과는 무관하게 내가 사고의 훈련이 꽤 미흡하다는 생각은 여전히 들었다. 물론 내가 공부를 많이 못했으니, 노력하면 개선되리라고 믿는다. 술자리에서는 제법 젊으신 박사님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는데 꽤 재미있었다. 대화에 깊이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가서는 화두는 항상 내가 제기하였고, 박사님들은 내가 던진 화두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셨다. 가끔씩 나의 발언들이 창피해졌던 적도 더러 있었지만, 뭐 거칠게 말해서, 어떻게 경제학 학부생과 경제학 박사들이 같을 수 있겠는가. 나도 노력하면 나아지는 거지. 덕분에 바쁘다고 엄살말고, 열심히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자만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오늘 들었던 기분 좋은 이야기가 있다. 집에 가는 길에 가는 방향이 같아서, 세미나 간사를 맡으시는 ㅇㄴㅎ 박사님과 같이 가게 되었는데, 박사님이 말씀해주시기를, ㅇㄱㅅ교수님으로부터 메일을 받고서 처음에는 굉장히 뜬금 없었다면서, 사람을 어딘가에 추천하는 일이 살아가다보면 되게 힘든일인데, ㅇㄱㅅ교수님이 추천하셨다고 말을 하셨다. 이어서 또 어떤 말을 해주셨냐면, ㅇㄱㅅ 교수님이 맡고 있는 석사과정생에게는 이 세미나를 추천하지 않으셨는데, 나에게는 해주셨다고 하셨다. 사실 우리학교에서는 대학원생 인원이 부족해서, 한 교수님이 지도하는 학생이 거의 한명 정도씩 배정이 되는데, 특히 ㅇㄱㅅ교수님과 그 대학원생은 무척 친밀한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나에게만 세미나를 추천해주신 것은 고무적이다.

 

사실 ㅇㄱㅅ교수님이 날 신뢰하시는 것은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교수님과 내가 크게 교류가 있어왔던 것은 아니고, 교수님과 대화를 깊히 나누어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사실 ㅇㄱㅅ교수님은 나의 지도교수님으로 배정 받았는데, 그럼에도 딱히 교수님과 어떤 교류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교수님의 수업을 두개 들었는데, 한번은 재작년 2학기였고, 적당히 수업을 듣고 적당히 시험을 보고, 그때까지도 이렇다할 교류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가 그 다음학기 수업 때, 경제사상사를 수강하였고, 그때부터 교수님이 나를 주목하셨다. 나는 발표 점수를 위해 마르크스를 발표했었고, 그것이 교수님께 강렬한 인상이 남았던 것 같다. 그때부터 교수님이 나를 가끔씩 부르셨다. 주로 교수님이 활동하시는 ㅎ학회 일과 관련해서 부르셨고, 내게 외부에 연줄이 닿도록 다리를 종종 놓아주셨다. 교수님이 나를 키우고 싶어하신다는 인상은 조금 든다. (하지만 학설사를 할 자신은 없다.) 지금은 퇴임하신 ㄱㅊㅎ교수님과는 인연이 거의 없었지만, ㄱㅊㅎ교수님이 좋아하셨던 ㅇㄱㅅ 교수님의 애정을 받게 된 샘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내 성격 치고는 많은 활동을 해봤고, 내 성격 치고는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난 것 같다. ㅇㄱㅅ교수님에 대한 첫번째 기억은 신입생 오티? 엠티? 때였는데, 그때 경제과 교수님들의 소개시간이 있었고, 그때 ㅇㄱㅅ 교수님은 이제 막 우리학교에 부임하셨고 ㄱㅊㅎ교수님이 ㅇㄱㅅ교수님을 강단에서 칭찬하셨다. 아직 대학원에 진학을 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리지도 않았고, 그만한 공부가 선행되고 있지도 않지만, 괜히 허영을 부려보자면, ㅇㄱㅅ교수님이 학과장이 되셔서, 강단에서 이제 막 모교에 부임한 나를 소개해주신다면 멋질 것 같다.

 

 ㅇㄱㅅ교수님이 연구년으로 미국에 가시면, 졸업할때까지 만나뵈지도 못할텐데, 언제 한번 교수님께 밥사달라고 문자라도 보내야겠다. 교수님께는 이래저래 요즘 신세가 많다. 일당 핑계차 용돈도 조금 챙겨주시고, 자본론 세미나를 하게된 것도 간접적 이지만, 교수님과 ㅎ학회 여름 학술대회에 참석한게 인연이 되어서였고, 지금 이 세미나를 소개해주신 것도 있고, 이번에는 동아리 지도교수도 승락해주셨다. 사실 내가 지도교수 요청을 하기 전에, 내가 아는 모 인물이 같은 주제로 동아리 지도교수 요청을 했다고 하는데, 그는 거절하고 나는 또 들어주신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