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9일]


학회운영에 대해서 ㅅㅈㅇ과 대화를 했다. 그녀는 나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고 말을 하는데, 내가 얼마나 힘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학회를 떠나간 사람이 무척 많다. 일전에도 썼지만, 그래도 나와 ㅅㅈㅇ은 ㅂㅂㅎ를 중심으로, 모종의 느슨한 수준에서라도, 일정한 합의점을 가지고 있었고, 그 합의점을 가지지 못한 이들은 결국 떠나갔다. 그것이 현재 상황이다. 나와 그녀 외에는 사실 남아있는 이들이 없는 것이다.

 

사실 그녀하고는 복잡한 상황을 가지고 학회에 참여하였고, 덕분에 가느다란 유대라도 끊기지 않고 살아남았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남아있던 것도 그녀의 역할이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서 한탄을 하지만, 나는 때때로 그녀에게 존경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녀는 그럴 자격을 갖추고 있다. 아마 졸업하기 전에는 그녀에게 이런 사실을 말해주어야겠다. 무척 오글거리겠지만, 그래도 말이다. 

 

사실 그 많던 사람들이 다들 왜 떠나가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다들 무슨 대단한 이상들을 간직하고 있길래, 마주한 현실에 대해서 회피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남을 비난할 처지는 못되지만, 나 자신에게도 고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다. 비루한 일상 속에서 학교를 졸업하고서 내가 무엇을 간직하게 될지 궁금하다.

 

얼마전, ㄱ대학에서 하는 모 세미나 뒷풀이에서 들었던 것들이 생각난다. 아직도 PDR을 말하는 지인이 있다며, 오고가던 대화들. 나는 아마 그 사람들이 간직한 것보다 더 보잘 것 없는 것을 움켜쥐고서 졸업을 하게되겠지. 하지만 그래도 즐거웠다고 회고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쉬움도 남아있으려나. 아쉬움 없이 활동했다고 생각할수 있겠노라는, 자신은 전혀 없다.

 

아마 마지막 한해가 될 시간들, 나의 4학년이 흘러가고 있다. 두려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