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일]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의 어릴적 꿈이 무엇이었는지와 함께 문득 깨달았다. 나는 도도한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유물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사회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 싫었고, 나는 오직 도도한 것만을 추구하고 싶었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 나는 당연히 내가 국문과에 갈 줄 알았다. 다른 것은 고등학교 3학년 이전까지는 거의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그렇게 쓸모 없는 것이 좋았다. 그때도 그것들을 스스로 쓸모없는 것이라고 불렀었다.


유치원 때, 나는 월수금은 화가를 하고, 화목토는 과학자를 한다고 말했었다. 초등학교 6학년때는 엄마한테 영화처럼 살고 싶다고 말했었고, 중학생 때는 내가 노벨 문학상을 받을 줄 알았다. 고등학생 때는 막연한 국문학과를 생각했었고, 고등학교 3학년때는 사회복지학과를 생각했었다. 학부제인 대학교에 사회과학부로 입학하고서는 죽어도 경제학과에는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복수전공을 선택할 때는, 가장 돈안되는 학과 중 하나인 사회학을 선택했었다. 그리고 대학원을 고려하는 지금도 그런 나의 생각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아마 내가 대학원에 합격을 한다고 가정해도, 가장 돈 안되는 세부전공을 골라서 선택할까 두렵다.


경제학과에 오고, 마르크스를 읽으며, 유물론을 생각하는 지금에 와서도, 사실 나는 여전히 부르주아들 만큼이나 당당한 도도한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천박한 이들이 무어라고 하든, 당당할 수 있는 일말의 자존감을 성취하기 위한 나의 이십여년에 걸친 이 몸무림! 오랫동안 이 사실을 외면해왔었는데, 내가 외면하고 있던 이 생각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세계에서 도대체 어디쯤 위치해 있는 것일까. 나의 이 고독은 순전히 세계를 향한 나의 적대감에서 나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