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0일]


얼마 전부터, 인스타그램으로 사진찍는 일에 재미를 조금 붙였다. 사진이란, 오래 전부터 내심 하고 싶었던 일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우연히도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사실 사진에 대해서는 조금 양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사진이나, 예술이나, 미학이나, 단 하나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없지만, 예전에 그런 아무런 의식도 감각도 가지고 있지 않았을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는 백지의 상태에서 그저 사진찍는 것이 좋아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종종 찍고는 했었다. 재미 있었다. 나는 나혼자서 저마다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사진을 찍고는 했었다. 직접 연출사진을 찍기도 했었는데, 거기에 별다른 고민은 없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그 일을 그만두었고, 늘 사진에 대해서 양가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사진이라는 것에서 나타나는 그 전문성이 나는 왜인지 부담스러웠고, 나는 어딘가 그것이 속류적이라고 생각했었다. 찰칵찰칵 수십번 수백번씩 찍는 그 모습이, 싫었다. 나에게 그 모습은 한번의 우연한 미적 조화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였고, 사진의 대상에는 무관심한채, 그저 사진 내에서 나타나는 우연한 조화의 가능성에만 치중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생각은 아직도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한 경향은 아직도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사진을 찍을 때면, 나는 지금 무엇을 찍는 것인지, 사진의 대상에 대해서 고민을 한다. 세계에는 무수한 상(象)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중에서 도대체 무엇을 찍어야 하는 것인가. 도대체 사진에서 나타나는 미적 효과는 무엇에 근거한 효과인 것인가. 예술의 대상, 미의 원인, 작업의 방법론, 등등 나는 사실 아무 것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