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교 동창들을 만났다. 그래도 이따금씩 만나던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이 아니라,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더 오랜만에 만나는 이들이었다. 1학년 때 친구들이건, 2학년 때 친구들이건, 요즘들어 옛 친구들을 만날 때면 나이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둥 하는 이야기 말이다. 다들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다. 오늘 만난 친구 중 한명은 어학연수차 며칠 안에 미국으로 떠나간다. 다른 친구는 연기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하루 열두시간을 넘게 학원에서 생활을 하며, 한예종 입학시험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다른 친구는 요새 모델을 하고 있다. 내일 촬영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나만 제 자리에 있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론 나라고 여유롭게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업도 청강까지 해가며 잔뜩 듣고 있고, 세미나는 세개나 참여하고 있다. 그래서 매주 세미나를 한다고 이리 저리 쏘다닌다. 그러면서도 틈틈히 독서도 하고, 글도 쓰고, 영어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이긴 하지만) 하려고 한다. 시간이 별로 남지 않는다. 안그래도 오늘 ㅈㅇㅊ과 대화하는데, 이야기가 나왔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바쁘지만, 확실히 무언가 착실하게 준비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내야한다고 말이다. 그렇다, 사실 나도 생각해오고 있던 것이다. 나에게는 지금 시간이 필요하다. 입시준비를 위한 시간 말이다. 말하자면 만족에의 지연이 내게 절실히 필요하다. 나는 지금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 욕심이 많겠지만, 하고 싶은거,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실컷하기 위해서, 지금은 그 공부를 잠시 내려놓아야 할 것 같다. 꿈을 이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