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아무래도 모 대학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이리도 공부를 안하는데, 그것이 가능이나 하겠는가. 나는 자대로 가야하는 운명일까.


둘.


오랜만에 책을 한권 읽었다. 정운영의 노동가치이론 연구가 그것이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나중으로 가서는 속독으로 넘어가버리기는 했지만. 내가 그동안 배운 내용들이 가지고 있는 전제 같은 것들을 확인하는 작업들이 흥미로웠다. 근본주의적 해석에 대한 전제를 확인하는 작업은 대충 읽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사실 나는 그것에 경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운영 저, 노동가치이론 연구, 까치, 1993)


셋.


바쁘다는 핑계로 요즘 2차서적을 주로 읽었더니 머리가 많이 나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제 시험기간이고 세미나고 여유로운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간단한 책이라도 한권은 꼭 읽고 싶다. 그래서 무슨 책을 읽어야 하나 고민중인데, 마땅한 것은 떠오르지 않는다. 고전에 대한 나의 가치정립을 다시 해야할 것 같다. 내가 의심하고 있는 편향의 문제는 고전을 다시 읽는 것에서 해소될지도 모르겠다.


넷.


얼덜결에 근래 내가 그동안 무의식적으로만 알고 있던 나의 사고체계를 의식적으로 인지해버렸다. 불안불안한 덜떨어진 것들이겠지만, 나도 모르게 생각보다 많은 나의 내면의 체계들을 의식의 차원으로 돌려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내가 편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뇌를 벅벅 씻어서, 가나다라부터 다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다름 아니라, 문득 불안해진 나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었다. 즉, 마치 세계를 스스로 결정해버린 것에 대한 신경증적 불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