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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모 단체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 한국프레스센터를 가게 되었다. 보수 단체였는데, 이름만 존재하는, 페이퍼 단체였다. 장학금을 주는 행위 역시, 국가보조금을 타내기 위한 일종의 형식적인 것이었고, 나는 일종의 그 들러리였다. 그 단체의 창립식 축사를 위해 허경영이 왔다는 것부터, 그 단체가 지니는 위상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아주 초라하기 짝이 없는 조약한 단체였는데, 나는 어쨌거나 공으로 돈을 준다니, 그곳에서 기꺼이 들러리를 섰다.
연기되다가 연기되다가 받게된 장학금은, 액수조차도 형편없었는데, 당초 약속된 금액의 1/10에 해당하는 것이었고, 결국 내가 유용하게 될 용돈 정도가 되었다. 나는 예의라는 이름으로, 깍듯이 행동했지만, 그들의 초라함이 선사하는 냉소적인 재미 마저도 없었다면, 나는 아마 그 늙은 양반을 대놓고 조롱이라도 했을 것이다. 그들이 하는 행사는 마치, 멍청이들이 하는 가장극 같았는데, 왜냐하면 모든 것이 비루하고 어설펐던 것도 모자라서, 마치 다들 대단한 양식과 지성을 갖춘 명예로운 사람들인 척 행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에게서는 한가득한 멍청하고 천박함만이 가득했다.
나는 다분히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소송>을 떠올렸다. 소설에서, 마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곳에 있을 것만 같은 법원이 초라한 오두막에 있고, 그곳 사람들의 행동들도 볼품 없었던 것처럼, 나의 상황도 어딘가 비슷했다. 광화문에 위치한 프레스센터에 가는 것까지는 대단히 화려한 그들만의 공간에 가는 기분이었지만, 그 웅장한 환상은 곳곳에서 무너지기 시작했고, 마지막에서는 끝내, 어처구니 없어서, 나는 그나마 냉소적인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막상 행사장은 프레스센터의 그 웅장함에 비해, 작고 좁은 곳이었고, 준비된 것들도 없이 단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식은 엉망진창이었는데, 사회자는 마이크를 켜놓고 식순을 몰라서 궁시렁 거리고 있고, 식은 너무나 간단하게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졌다. 단체회장을 맡고 있던 어느 늙은이는, 상을 주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사회자가 상을 잘 못 주었다고 식 중간에 호통을 치고, 메달이 사라졌다며 한개의 메달을 찾으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였다. 또한 식이 끝난 후,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고, 사실 상 그 행사의 목표였던, 내빈들의 사진촬영식은 매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는데, 뒤뚱뒤뚱거리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은 결정적으로내게 가장극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저녁시간에 식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만찬 같은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고, 다과라고 하면서, 인원수에 비해 턱없이 적은 양의 쿠키 따위를 조금 놓았는데, 허기에 찬 그 고풍스러운 사람들이 그 과자를 먹겠다고 와글와글 달려들어서 다과는 순식간에 동이 나 버렸다. 사진촬영식은 그러한 혼란 속에서 이루어 진 것이었다.
말하자면, 단체가 이것저것 활동들을 한다고, 사진촬영을 갖고, 그것을 토대로, 정부보조금을 타내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이 하는 일은 '장학금 전달'과 '환경보호 운동'과 '언론인대상 수여'를 하는 것인데, 모든 것이 엉터리다. 장학금 전달식이라고 해봤자, 1년에 한번정도 하는데, 그날 수여받은 장학생이 약 4-5명 정도이고, 내가 받은 장학금이 2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1년에 약 100만원 가량의 돈을 쓰는 것이 전부로 보인다. 환경보호 운동이라는 것은 내가 미리 알아본 바에 의하면, 산악모임을 만들어서, 끼리끼리 등산을 다니는 것이 전부이다. 언론인대상 이라는 것은 정말 가관인데, 언론인대상이라는데, 경제부문이라면서 인맥으로 동원된 중소기업 사장에게 상을 주고, 사회봉사상이라면서 간호사에게 상을 주고, 치안공로상이라면서, 경찰과장에게 상을 주는, 그런 식이다. 물론 그 인물들은 어떻게 인맥으로 동원된 듯했다.
결국 페이퍼 단체의 국가보조금을 위해, 얼렁뚱땅, 장학금을 전달하고, 상이랍시고 적당히 아무나 데려다가 상을 주는, 그런식인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어딘가 <소송>을 떠올리기에 더 적절했는데, 결국 사회권력의 가장 창피하고 외람된 그 치부를 보이는 것이면서, 그러면서 우스꽝스러운 그들의 이면에 있는 더 핵심적인 배후는 끝끝내 자리를 감추고 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재현된 <소송>의 흥미로운 이미지는 몇몇의 사건들, 몇몇의 인물들을 통해서 각인되었다. 이를테면, 처음에 나를 장학생으로 추천한, 함경도 이북5도 북녘땅의 '명예' 군수라는, ㅂㅇㅅ이라는 인물이 있다. (도대체, 북한땅에 군수를 임명하는 현정부도 참 문제적이지만, 나는 그 명예직이 거의 매관매직 수준의 감투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군인이 펜을 잡는 관료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단체가 '언론'단체를 표방하는 것은 그러므로 매우 상징적이다.) 그는 자랑하기를 좋아하고, 자기과시를 좋아하는 뚱뚱한 늙은이인데, 군인출신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으로는 식의 주최, ㄷㅎㅇㄹㅇㅇㅁ의 단체장인데, 그가 식 중에 사회자에게 호통을 치고, 소란을 일으켜서 식을 잠시 중단시켰던 인물이다.
그리고 그밖에, 내 앞에서 아저씨들과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던, 한 젊은 여성과 다과를 먹을 수 있게 되자, 우르르 달려가던 사람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손녀의 장학금을 대신 받기 위해 참석하신 어느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한눈에 보아도, 빈곤층의 인물인듯한 그는 작은 접시 위에, 얼마 없던 다과를 잔뜩 산처럼 쌓아올리고 드시고 계셨다. 내가 그를 조롱하거나 비하하려는 것이 아님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러한 이미지는 이들 단체의 치부를 보이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식의 마지막 축사를 맡은 허경영은 그의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를 뒤로하고, 잔뜩 무게있는 목소리로 박정희에 대한 멍청한 찬양을 쏟아내었는데, 마치 대단한 인사가 온다는 듯이 하다가 등장한 그의 모습은 내게 재현되는 소설의 마지막 결말 같았다.
어쨌거나, 하룻동안의 카프카는 끝이 났다. 소설처럼 주인공이 권력에 대한 항거나, 내가 어떤 부조리한 소송에 휘말리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카프카는 끝이 났다. 돼지같은 늙은이의 자랑은 모두 허위인 것으로 끝이 났고, 돈 많은 늙은이들의 잔치에 나를 포함한 몇몇은 놀아난 것이 되었다. 사회는 대단히 위계적이고, 한국프레스센터 꼭대기층 창문으로 내려다 본, 서울 광화문 일대는 스펙타클하였다.
연기되다가 연기되다가 받게된 장학금은, 액수조차도 형편없었는데, 당초 약속된 금액의 1/10에 해당하는 것이었고, 결국 내가 유용하게 될 용돈 정도가 되었다. 나는 예의라는 이름으로, 깍듯이 행동했지만, 그들의 초라함이 선사하는 냉소적인 재미 마저도 없었다면, 나는 아마 그 늙은 양반을 대놓고 조롱이라도 했을 것이다. 그들이 하는 행사는 마치, 멍청이들이 하는 가장극 같았는데, 왜냐하면 모든 것이 비루하고 어설펐던 것도 모자라서, 마치 다들 대단한 양식과 지성을 갖춘 명예로운 사람들인 척 행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에게서는 한가득한 멍청하고 천박함만이 가득했다.
나는 다분히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소송>을 떠올렸다. 소설에서, 마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곳에 있을 것만 같은 법원이 초라한 오두막에 있고, 그곳 사람들의 행동들도 볼품 없었던 것처럼, 나의 상황도 어딘가 비슷했다. 광화문에 위치한 프레스센터에 가는 것까지는 대단히 화려한 그들만의 공간에 가는 기분이었지만, 그 웅장한 환상은 곳곳에서 무너지기 시작했고, 마지막에서는 끝내, 어처구니 없어서, 나는 그나마 냉소적인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막상 행사장은 프레스센터의 그 웅장함에 비해, 작고 좁은 곳이었고, 준비된 것들도 없이 단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식은 엉망진창이었는데, 사회자는 마이크를 켜놓고 식순을 몰라서 궁시렁 거리고 있고, 식은 너무나 간단하게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졌다. 단체회장을 맡고 있던 어느 늙은이는, 상을 주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사회자가 상을 잘 못 주었다고 식 중간에 호통을 치고, 메달이 사라졌다며 한개의 메달을 찾으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였다. 또한 식이 끝난 후,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고, 사실 상 그 행사의 목표였던, 내빈들의 사진촬영식은 매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는데, 뒤뚱뒤뚱거리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은 결정적으로내게 가장극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저녁시간에 식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만찬 같은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고, 다과라고 하면서, 인원수에 비해 턱없이 적은 양의 쿠키 따위를 조금 놓았는데, 허기에 찬 그 고풍스러운 사람들이 그 과자를 먹겠다고 와글와글 달려들어서 다과는 순식간에 동이 나 버렸다. 사진촬영식은 그러한 혼란 속에서 이루어 진 것이었다.
말하자면, 단체가 이것저것 활동들을 한다고, 사진촬영을 갖고, 그것을 토대로, 정부보조금을 타내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이 하는 일은 '장학금 전달'과 '환경보호 운동'과 '언론인대상 수여'를 하는 것인데, 모든 것이 엉터리다. 장학금 전달식이라고 해봤자, 1년에 한번정도 하는데, 그날 수여받은 장학생이 약 4-5명 정도이고, 내가 받은 장학금이 2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1년에 약 100만원 가량의 돈을 쓰는 것이 전부로 보인다. 환경보호 운동이라는 것은 내가 미리 알아본 바에 의하면, 산악모임을 만들어서, 끼리끼리 등산을 다니는 것이 전부이다. 언론인대상 이라는 것은 정말 가관인데, 언론인대상이라는데, 경제부문이라면서 인맥으로 동원된 중소기업 사장에게 상을 주고, 사회봉사상이라면서 간호사에게 상을 주고, 치안공로상이라면서, 경찰과장에게 상을 주는, 그런 식이다. 물론 그 인물들은 어떻게 인맥으로 동원된 듯했다.
결국 페이퍼 단체의 국가보조금을 위해, 얼렁뚱땅, 장학금을 전달하고, 상이랍시고 적당히 아무나 데려다가 상을 주는, 그런식인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어딘가 <소송>을 떠올리기에 더 적절했는데, 결국 사회권력의 가장 창피하고 외람된 그 치부를 보이는 것이면서, 그러면서 우스꽝스러운 그들의 이면에 있는 더 핵심적인 배후는 끝끝내 자리를 감추고 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재현된 <소송>의 흥미로운 이미지는 몇몇의 사건들, 몇몇의 인물들을 통해서 각인되었다. 이를테면, 처음에 나를 장학생으로 추천한, 함경도 이북5도 북녘땅의 '명예' 군수라는, ㅂㅇㅅ이라는 인물이 있다. (도대체, 북한땅에 군수를 임명하는 현정부도 참 문제적이지만, 나는 그 명예직이 거의 매관매직 수준의 감투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군인이 펜을 잡는 관료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단체가 '언론'단체를 표방하는 것은 그러므로 매우 상징적이다.) 그는 자랑하기를 좋아하고, 자기과시를 좋아하는 뚱뚱한 늙은이인데, 군인출신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으로는 식의 주최, ㄷㅎㅇㄹㅇㅇㅁ의 단체장인데, 그가 식 중에 사회자에게 호통을 치고, 소란을 일으켜서 식을 잠시 중단시켰던 인물이다.
그리고 그밖에, 내 앞에서 아저씨들과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던, 한 젊은 여성과 다과를 먹을 수 있게 되자, 우르르 달려가던 사람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손녀의 장학금을 대신 받기 위해 참석하신 어느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한눈에 보아도, 빈곤층의 인물인듯한 그는 작은 접시 위에, 얼마 없던 다과를 잔뜩 산처럼 쌓아올리고 드시고 계셨다. 내가 그를 조롱하거나 비하하려는 것이 아님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러한 이미지는 이들 단체의 치부를 보이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식의 마지막 축사를 맡은 허경영은 그의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를 뒤로하고, 잔뜩 무게있는 목소리로 박정희에 대한 멍청한 찬양을 쏟아내었는데, 마치 대단한 인사가 온다는 듯이 하다가 등장한 그의 모습은 내게 재현되는 소설의 마지막 결말 같았다.
어쨌거나, 하룻동안의 카프카는 끝이 났다. 소설처럼 주인공이 권력에 대한 항거나, 내가 어떤 부조리한 소송에 휘말리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카프카는 끝이 났다. 돼지같은 늙은이의 자랑은 모두 허위인 것으로 끝이 났고, 돈 많은 늙은이들의 잔치에 나를 포함한 몇몇은 놀아난 것이 되었다. 사회는 대단히 위계적이고, 한국프레스센터 꼭대기층 창문으로 내려다 본, 서울 광화문 일대는 스펙타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