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나는 지쳤다. 요즘 잦은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다. 나는 전형적인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사람인지, 온몸도 말이 아니다. 요즘 갖은 약을 다 먹고 있다. 구토에 수면장애에, 게다가 만성적인 피로감과 우울감은 나를 늘 늦게 자게 만든다. 내가 현재 이런 상황이라는 것을 오늘 제대로 인지하였다.


징후는 여러곳에서 나타났었다. 신체적인 문제들도 있지만, 많은 경우 나의 생활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식욕도 의욕도 사라졌고, 공부에 대한 압박감은 항상적이지만, 전혀 계획적이지도 않다. 문제는 외로움과 스트레스 양자 모두인 것 같다. (요즘 똑 떨어진 통장 잔고도 어느정도 스트레스의 요인인 듯 하다.) 나는 늘 단순하고 둔감한 인물로 나에게 남에게 설명하지만, 나란 인물도 생각보단 예민한 인물인 것 같다.


요즘 이곳에 일기를 많이 남긴 것도 좋은 징후 중 하나이다. 바빠서 한동안 일기를 못썼음에도 이정도로 일기를 써댄 것을 보면, 내 상태도 알만하다. 내가 평생을 의존하던 것은 사실 나 자신이었고, 일기쓰기는 그 증거였다. 이리도 불안한 내가 나 자신에게 기대고 있다는 말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한데, 그것은 내가 빈약한 내 자신에 기대기에 그리도 빈약한 것이라는 점을 잘 증명하고 있는 부분이다. 


상태가 좋지 않으니, 상담을 받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별로 신뢰하지는 않지만. 학교 상담센터에 내일은 되도록 찾아가야겠다. 집에서 미리 자가진단을 받았는데, 상태가 좋지 않다. 세가지 검사를 받았는데, 모두 좋은 결과가 아니었다. 검사결과를 보는 순간, 울컥하였다. 이 공간에 좀 더 안좋은 소리를 끄적거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냥 속에 삭히도록 하겠다. 입밖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다.


나는 제법 패기있는 구석들도 있는 인물이었는데, 요즘 많이 예민해져버렸다. 여름방학이 다 지나가고 얼마 남지 않았을때, 내가 한번 권태 라는 말로 상태를 표현한 적이 있다. 그때를 기준으로 약 한달정도 현재 상태가 있어온 것 같다.


때때로 우울했던 나날들이 왜 최근이라고 없겠냐만은 장기적이고, 통제하기 힘들었던 적은 지금 이 기간을 제외한다면, 그녀와 이별했던 올해 초 말고는 한동안 없었다. 아니 이별을 헀을 때에도, 우울감은 더 심했을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무기력함이 항상적으로 있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나이먹고 상당히 성장한 것만 같았고, 이제 나는 큰일이 있어도 제법 잘 견뎌내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요즘은 이렇다 할 특별한 일도 없는데, 이리도 우울하고 지친다.


나는 안다. 이러한 시기가 언제 바닥을 칠지 모른다는 것을. 그 바닥을 칠 자신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