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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인문학(또는 인문사회학?)은 자유나 평등, 해방이나 변혁을 약속하기를 떠나서 성공을 약속하기 시작하였다. 시카고 대학의 존 스튜어트 밀식 독서법을 따르고서 일류대학이 되었다며 고전의 쓸모를 역설하는 모습과 사뭇 비슷하다. 어디 그 뿐인가, 잡스의 인문학, 이건희의 인문학처럼, 인문학은 이제, 변혁이 아니라 성공을 약속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미 성공과 변혁의 의미는 충분히 혼동되고 있다. 잡스의 아이폰이 ‘혁명’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야말로 혼란스러운 시간이 아닌가.)
그리고 전부터 종종 느끼던 것이지만, 이 수업도 그렇다. 어느덧 ‘깨시민’이 된 강사님은 취업을 목전에 둔 학생들을 앞에 두고서 사회학이 취업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역설한다. 사회학이 취업의 도구로 전락되었듯이, 그가 반복하는 말은 결국 이 사회에 대한 부정과 한탄일 뿐, 사회학은 그 지옥 같은 세계를 앞에 두고도 무기력하다.
몇 가지 장면들이 생각난다. 아쳬로 마냐스 감독의 영화 <노벰버>를 보면, 주인공 알프레도는 예술학교를 그만두면서 말한다. 그들에게 연기는 그저 자기수양이나 교양 같은 것일 뿐이라고 말이다. 서동욱 편저의 <싸우는 인문학>에는 그런 인문학의 쓸모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책 자체는 그럭저럭 읽었지만, 나는 그 문제의식이 좋다.
솔직하게 말해보자. 인문학이 돈(또는 취업)도 안되고, 변혁에도 무용한 지식이 있다면, 그게 아무리 숭고한 지식이라고 한들, 자기수양 외에 그 어떤 쓸모가 있는가. 나는 쓸모 있는 지식을 배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