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는 4과목을 듣고 있다. 그 중에 3과목은 경제학, 나머지 1과목은 사회학이다. 나의 마지막 학기는 여유롭게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여유롭지 않았는지, 부산하게 지내면서, 학교공부도 개인적인 공부도 제대로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시험마저도 망쳤다는 것이다. 이번 중간고사는 사회학과 과목을 제외하고서 3과목을 시험 보는데, 그 중 두 과목을 치렀고, 이제 1과목을 남겨놓고 있다. 그 2과목을 망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새벽 2시를 지나고 있고, 내일은 아마 술을 먹게 될 것 같고, 마지막 남은 1과목 역시 한번도 책을 펴본 적도 없다. 나는 진정으로 정신을 좀 차려야만 한다.


대학원에 진학하겠다고 설쳐대는 양반이 학점도 낮고 솔직히 실력도 없다. 문자 그대로 무능력하다. 수학도 영어도 경제학도 그렇다고 철학도 딱히 잘하는 것이 없다. 나는 그 동안 어느 분야이건 성실하게 공부하지 못했다고 자백해야만 한다. 겉멋만 들었다. 남들이 치켜세워주는 말에 겸손한 척 굴었지만, 내심 나도 자부심이랄 것이 있었고, 애써 나의 무능력함을 외면했다.


처음 고백하는 것도 아니지만, 사실 나처럼 어설프게 겉멋만 들어서 인문학을 곁들여서 떠드는 종자보다, 회계학이든 공무원시험이건, 하다못해 그냥 전공시험공부건, 그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니, 적어도 나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이미 나보다 똑똑하고 능력 있다. 그게 솔직한 사실이고, 그 사람들이 대학원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한편으로는 대학원에 가기엔 이미 능력이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은 나처럼 겉멋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때로 후배들이나, 혹은 동료, 친구들에게 공부나 책이나 하는 것에 관해서 조언 아닌 조언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그것들은 불가피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그런 말들을 쏟아낼 재량이 있는가, 또는 그럴 입장이 되는가, 의문스럽다. 오늘도 그런 이야기를 억지로 해봤지만, 참 회의감이 들었다.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 나 자신이나 잘 할 것이지 말이다.


오늘은 계량경제학2 시험이 있었다. 지난 학기에 계량경제학1을 배우던 것보다 정말로 배는 더 어려운 내용들이다. 하지만 지난 학기보다 배로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험은 망쳤다. 왜 망쳤는지에 대해서는 변명을 좀 하고 싶지만, 하지 않기로 하자. 결국 내가 공부를 안하고 멍청하게 굴었기 때문에 망친 것이다. 다른 시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남아있다. 시험을 망친 것이 아니라, 계량경제학이라는 분야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었는데, 또 해야 할 텐데, 하는 아쉬움이다. 나의 이 게으른 천성이 전문인이 되고 싶으니, 발생하는 문제들인 것 같다.


열심히 공부하자. 그것이 내가 나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야 할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