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차 영화를 보았다. <수상한 그녀>. 길게 써볼까 했지만, 적당히 끄적거릴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에 대한 어쩌구 저쩌구 하는 이야기는 하지 말자. 흔히 한국 사회를 "응축적"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라고 묘사한다. 바로 그런 용례로서 나는 이 영화를 응축적이다 라는 수식어를 달고 싶다. 세대 간의 갈등과 타협이 수상한 그녀의 가족에서 응축적으로 묘사되는데, 그것은 쓸쓸한 노년의 현실과 판타지이자 세대 간의 갈등과 타협이다. 그 절정은 당연히 영화 중반부에 등장하는 세 장면에 있다.


#1. 첫 티비 공연 장면. 지나치게 왜곡되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사물이 등장한다. 그 사물은 점점 초점이 분명해지면서 마이크로 등장한다. 그녀가 마이크를 잡고 공연을 시작하는데, 유난히도 노래하는 그녀와 주변의 배경이 구분되어 등장한다. 그녀는 선명하게, 배경은 흐리게 매우 흐리게. 마치 그녀와 현실이 괴리되어 있다는듯이 표현된다.


#2. 공연 장면 바로 직후의 장면은 수영장 장면이다. 영화는 친절하게도 노년과 현대사회의 대립을 다시 한번 더 강조해준다. 포인트는 조금 다르지만. 수영장 장면은 이렇다. 그녀는 젊은 모습이 되었지만, 그녀의 연인 할아버지는 여전히 나이든 몸이고 그상태에서 수영장에 간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헉헉 거리며 쫓아다니지만 쉽지 않다. 그들에게 거대한 파도가 치는데 그것은 마치 파도처럼 들이덮치는 현란하고 복잡한 현대사회에 마주하는 노년 자신의 모습이다.


#3. 마지막 장면은 손자가 사고로 다치고 손자 없이 이루어지는 그녀의 마지막 공연 장면이다. 나는 이 장면이 그녀와 배경이 환상적으로 통합된 것 같다고 느껴지는데, 물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인상이다. 이러한 환상적인 통합은,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보여주는데, 하나는 이전의 공연장면에서 배경(현대사회)과 그녀(노인)가 대립되었지만 그것이 통합되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데 그것이 다분히 환상적이었을 뿐이라는 점에서 불가능성이다.


나는 이 영화의 결말은 새드앤딩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사랑을 이루지도 못했고, 그런 의미에서 젊은 세대와의 어떤 통합도 이루어 내지 못하였다. 로맨스는 불가능했지만, 단지 머리핀으로 사건이 존속되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와 같은 결론은 그녀의 마지막 공연장면에서 보여주었던 결론과 같은 것이다.


덧붙여서. RH-형액형라는 설정은 상당히 별로였다. 그냥 피가 없다고 하고 대충 넘어가는게 차라리 덜 민망했을 것 같다. 반지하 밴드의 패션컨셉은 메탈밴드 KISS를 따온 것이고, 유세윤이 나오던 밴드는 건즈앤로지스를 따라한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들어오기 전 반지하 밴드의 펑크는 똘끼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좀 더 똘끼 충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