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쓴 것을 복사해온 것이다.

전반적으로 음악이나 영상들이 예쁘다. 마치 치유 테라피, 그런 프로그램에 나가면 나올법한 음악과 영상들, 감정을 자극하는 것들... 물론 영화의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단연 감정emotion 또는 느낌feeling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줄곧 영화는 주인공 시오도어의 얼굴을 보여준다. 영화 장면의 80프로는 그의 표정이 담긴 얼굴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하지만 컴퓨터 OS(사만다)와 사랑에 빠진 시오도어의 욕망은 자폐적이다. 정확히는 거울단계라고 할만하다. 사만다를 만나고서 활기를 찾고 종국에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서 지하철 유리창에 기대어 그와 유리 속 비린 자신의 얼굴이 대칭되어 나오는 장면은 단연, 그의 사랑이 다분히 거울단계의 것임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영화의 장치다. 사랑에 빠진 그의 얼굴이 응시하는 것은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아니던가! 그는 가상의 대상과 사랑에 빠져, 자신의 욕망과 사만다의 욕망을 구분하지 못한다. ㅡ 갑자기 롤랑 바트르의 사랑의 단상이 뜬금없이 떠오르는데, 그가 말하지 않았던가. 사랑의 본질은 상상계라고.

그러면서 몇번의 그 거울단계는 균열을 겪는데, 당연히 그 균열마다 자신의 욕망과 사만다의 욕망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한다. 그리고 그가 주체로서 오롯이 나타났을때에서야 진정으로 사만다를 놓아주고 자신 또한 전부인과의 관계를 사랑할 수 있게 만든다. 존재가 있다면 그 존재의 소멸도 있음을 인지하고 그제서야 사랑을 깨닫는다.

그나저나 영화의 배경은 인공지능이 존재하는 미래였지만... 대단히 현재의 거울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