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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부1, 1972> 후기.
약 7년만에 다시 봤는데 재밌음(계산해보면 대학교1학년때 보고 대학원1학년때 다시보는거). 말머리 말고 하나도 기억이 안나서 더 재밌음.
대부를 다시 보게 된 계기는 얼마 전 영화소개 프로에서 "신세계"가 나왔는데, 그걸 보니 다시 신세계는 아직 못봣지만 대부는 다시 보고 싶어졌음.
그래서 신세계와 잠깐 비교를 해보자면... 신세계에서는 그래도 한국적 특유의 정의랄까.. 윤리랄까.. 하는것과 범죄.냉혹함.등등이 난무하는 세계에서 대립되어 존재하고 있다면..
대부에서는 살해.폭력.마약.등의 범죄들이 가족애.우정.존경.신뢰.명예.나아가 지혜.용기.성스러움. 등의 가치들이 혼재하여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들은 한국영화가 좋아하는 도덕이나 윤리 같은 것이라기보단... 미덕virtue에 가까운 것이라고 할만하다. 윤리는 선과악을 구분지어주는 것이라면.. 미덕은 악의 세계에도 존재하고 또 그것들과 대립되지 않으며 말하자면 선악의 구분 없이도 세계는 잘(?) 작동한다.
아마도 영화에서 가장 처음 등장하는 청탁이 이것을 잘 보여주는데..자신의 딸이 성폭력에 구타까지 당해서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가해자는 집행유예로 풀려나 아버지를 조롱하자, 아버지가 대부를 찾아가 응징해 달라고 햇던 그 청탁이 바로ㅠ그것이다. 정의랄까... 하는건 폭력과 명석함을 통해서만이 지켜질뿐이다.
주인공 마이클(알파치노)의 변화상은 당연 영화의 주요한 포인트다. 아버지의 일이라면 경멸하던 청년에서 대부의 위치에 오르는 변화는 아주 재미잇다.
아무래도 영화는 대단히 남성적이다. 여성들은 일에 관여하지도 묻지도 따지지도 못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분명하게 나오지 않나.. 부엌이서 술을 준비하는 케이에게 불과 이삼미터 앞에 잇는 대부가 된 마이클의 위치는 거의 남의 나라 이야기다.
이름은 기억안나지만.. 마이클의 누나는 일찌감치 남편한테 매 그만맞고 이혼이나 했으면 소니도 자기 남편도 그런 일은 없엇다..
처음에는 그냥 칼 한두방으로 죽고 총 한두방으로 죽는데.. 갈수록 더 웅장한 방법으로 사람이 죽는다. 자주 죽으니 더 임팩트를 주고 싶엇나보다.
2. 대부2(1974), 대부3(1990) 후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부1>>>대부2>>>대부3.
다들 대부3가 재밌다고 말하는데,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대부2가 좀 비토 콜리오네의 어린시절이 자꾸 크로스오버되면서 긴장감 안들고 지루한 감이 있긴 하지만, 대부3야말로 박진감 넘치지도 않고 그렇다고 잘 만들어졌다고 느껴지지도 않고 최악이었다. 괜히 러닝타임만 3시간으로 길기만 하다. 개인적으로 대부3는 10점 만점이라면 3점정도 주고 싶다.
대부1에서 대부인 비토 콜리오네와 아버지가 하는 일을 경멸하는 마이클 콜리오네사이의 괴리가 점점 좁아지고 비로서 마이클이 비토의 위치에 도달하고, 또 아버지와 같은 '인물'이 되는 과정이었다면, 대부2는 다시 아버지가 죽고 아버지의 위치에 있는 마이클이 (아버지 사후 점점 망가지는 조직과 가족, 즉 family를 보며) 죽은 아버지에게 질문을 하며, 아버지와 자신 사이의 어떤 내적 괴리감을 호소한다. 마치, 아버지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버지라면 어떤 감정이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며 말이다. 이건 마치, 예수가 아버지를 찾는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면서 영화는 계속해서 비토의 젊은 시절과 크로스오버한다.
대부 시리즈에서 유지되는 것은 성스러움과 세속적임이 공존하고 뒤섞여 있는 세계관이다. 가장 상징적인 것은 아마도 대부(godfather)라는 호칭에서부터 나타나는 것이겠지만, 대부1편에서 가장 노골적인 사례는 마이클이 조카의 대부가 되기로 하여 세레를 받으면서 동시에 마피아 두목들을 소탕하는 범죄를 실행에 옮기는 장면이다. 대부2편에서 가장 노골적인 사례는 비토 콜리오네의 젊은 시절, 마을 종교행사로 추정되는 장면에서, 온몸에 달러를 붙인 황금 예수상이 행진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가장 맘에 안드는 것이, 이 세계관이 대부3편에 와서는 깨졌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그런 모습을 유지하고 싶어하는듯하나, 마이클은 사실상 거의 선한 역할에 서있다고 생각하고, 그 대당관계로 악인 역시 존재했다. 더이상 선과 악이 뒤섞인 어떤 세계가 아니라, 그냥 선악 대결로 영화는 귀결됐다. 이제 마이클은 마약도 도박도 안하고, 심지어 맨날 나오는 살해도 더이상 없고, 마이클은 심지어 고해성사도 하면서 참회를 하고, 교황의 안위를 걱정하고, 마피아와 결탁한 교황청의 사제들을 비난한다.
심지어 1,2편과 3편 사이의 인물들의 성격도 많이 바뀌어서 동일인물인지도 의아할 정도다. 마이클은 큰소리만 잔뜩 칠뿐, 냉정하고 비정한 모습은 별로 찾아볼 수도 없고, 인상도 날카로운 인상이라기보단 그냥 다혈질의 모습이다. 동생 코니도 철없는 날나리에서 자상한 아줌마 역할로 바뀌었고, 대부2에서 마이클한테 맞고 마이클의 아이도 일부러 낙태시키던 아내 케이도 조금 싸우는 듯 하더니, 마이클이랑 웃으면서 잘만 지낸다. 심지어 사랑한다고 말한다. 마이클 아들 엔소니도 마이클과는 이제 인연 끊을 것처럼 굴더니, 자퇴하고 싶어하는 아들 자퇴한번 시켜줬더니, 아빠를 무척 좋아한다. 자기와 낚시하며 놀던 큰아빠를 아빠가 죽인걸 알고 아빠를 증오하던 모습은 대학 자퇴 하나로 말끔히 잊었나보다.
덧붙여서.
대부2에서 마피아 두목 혐의로 청문회에 서게 된 마이클이 제대로 답변은 안하면서, 젊은 시절 해군장교로 입대해서 조국을 위해 싸웠다고 떠드는걸 보면, 한국의 정치판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핵심 증인이 주장을 번복하는 것도 그렇고...
하여간, 대부3는 대부1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나 장면들, 이야기들 몇개를 가지고 앙상하게 서사를 유지하고 있을뿐,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절대 생각을 입밖으로 발설하지마" 같은 대사들이 그런건데, 솔직히 엄청 뜬금없다. 대부1에서는 상대조직원 앞에서 자기 생각을 말한걸 혼낸건데, 이젠 가족 회의 하는데서 자기 생각말했을 뿐인데, 뺨을 때리면서 그 대사를 읖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톰과 같은 인물이 대부3에서 안나온게 아쉽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톰은 친형제는 아니었지만, 가장 신망받는 인물이었고, 비토나 마이클이 가장 신뢰하던 인물이었는데, 3편에서는 이미 죽은 후라는 설정이다.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인데, 대부1편에서 톰을 고문 위치에서 내려오게 한 것은, 가장 신뢰하는 인물이었기에 가장 권력의 요지에 있는 최측근이 상대 조직에게 포섭될 것이라는 점을 미리 알고서 그 자리에서 내려오게 한게 아닐까 생각한다. 비토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라고만 설명한다. 물론 대부1를 보면, 누가 배신자인지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