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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누군가는 나를 두고, '소시민적'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경멸적 맥락은 아니었지만 아마 운동하는 이들에게 소시민적이라는 표현은 아주 경멸적 표현임이 분명하다.
브레히트는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를 말했다. 그렇다, 시대는 진실로 서정시를 쓰기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지금도 노동자의 날에는 인터네셔널가를 부르기 전, 브레히트의 (봉제공에 관한) 시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기립하시오! 기립하시오! 이것은 인.터.네.셔.날" 나는 그 헌신적인 이들에 대해서, 지금도, 존경과 모종의 부채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브레히트의 시구를 지금도 선홍색으로 전유하는 이들에게 나의 소박한 리얼리즘은 (불온한 것이 아니라) 불순한 것일테다.
하지만 그들의 헌신과 용기, 그리고 그들에 대한 나의 존경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소박한 리얼리즘에 대해서, 변명을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항변을 하고 싶다. 케인즈가 말했던 것처럼, orthodoxy의 이론은 유클리드 세계이지만, 실제 세계는 비유클리드적이라고, 말이다. 나는 세계가 순수한 헌신, 그리고 순수한 욕망에 의해 이루어져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 세계는, 부도덕함에 얼룬진, 소시민적인 군상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