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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발견>, 9, 10화, 후기
드라마를 보면, 알다시피, 한여름과 남하진은 저마다 내밀한 상처를 공개하지 않는다. 그리고 관계의 불안은 바로 거기서 비롯되고 있다. 단지 윤진이와 강태하라는 인물과의 관계로 표면화되고 있지만 말이다. 때문에 그들의 친구들은 그들이 영원히 깨지지 않을 거라고 중얼거리지만, 그말은 그 자체로 공허하고, 불안의 이유를 알고 있는 독자로서, 오히려 더 불안하게 만든다.
기억이라는 것은 그 내밀한 상처가 간직되고 있는 장소다. 그리고 강태하는 기억력이 좋기 때문에, 바로 그 내밀한 상처가 있는 곳까지 찾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한번도 와본 적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여름을 너무 잘 알았기에, 한여름의 기억 속에 있는 그 장소, 아버지가 자살한 그 장소를 찾아갈 수 있었다.
사실 이쯤 되면, 이 드라마가 그렇게 가볍고 재밌는, 로맨틱 코미디 같단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16부작이고 벌써 10화가 끝났는데, 이정도의 내용이 흘렀다면, 사실 앞으로 강태하와 남하진 사이의 갈등 같은건 더 이상 별로 나오리라고 생각이 들지도 않고, 한여름과 강태하가 이어질 거라는 의심도 기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을 해보면, 사실 답은 간단하다.
이 드라마는 사실 처음부터, 로맨틱 코미디나, 삼각, 사각관계를 주제로 하는 드라마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연애물이라기보단, 성장 드라마고, 주인공은 한여름, 그리고 두번째로 강태하다. 이쯤되니, 사실 좀 지루하게 느껴지지기까지 한다. 나는 좀 더 가벼운걸 예상했었는데 말이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이미 헤어진 두 연인, 한여름과 강태하의 성장드라마. 둘은 사실 자기 주장도 강하고, 또 강한척 하지만 어딘가 미숙하고, 외상처럼 상처가 되는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다. 한여름의 경우에는 아버지의 죽음이고, 강태하의 경우, 한여름과의 이별이다. 이들은 하나씩, 연애하는 법을 배우고 있고, 좀 더 정확하게는 관계맺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더욱더 남하진은 주인공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는 상처가 있는 것은 맞지만, 더이상 성장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나 이해심많고 배려심많고 의심하지도 않고 계산하지도 않고, 자신의 상처(자신이 양아들이란 사실, 그리고 안아림이 자신의 고아원 동생이라는 사실)를 공개하지 못한다는 게 있지만, 사실 어머니가 말하지 말라고 해서 안말하는거지, 어머니만 설득된다면 바로 말할 사람이다.
사족을 덧붙인다면: <로필2>에서도 그랬듯이, 작가는 좋은 현재 애인을 차고 후회하는 과거 애인에게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취미일 수 있다. 그리고 위키를 찾아보니, 이 드라마가 시즌제인듯하다. 시즌2를 기대할 수 있는데, 물론 정유미가 아니면 난 안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