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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학기에 관광사회학을 수강하고 있는터라, 데이트 중에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것은 그녀와 지난주에 과천 어린이대공원으로 소풍을 가서 생각했던 것들을 이제서야 주절주절 적어본 것이다.
과천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는 입구부터, 한국의 동물원 100년사에 대한 홍보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당시 코끼리열차를 타고 지나가고 있던 터라, 해당 전시물들을 제대로 읽을 수는 없었지만, 창경원부터 시작되는 한국의 근현대 동물원사에 대한 내용이 기록된 듯하였다. 사실 동물원에 대한 역사는 제국주의의 역사와 일치하는데, 제국들이 과시와 선전, 그리고 제국통치의 정당화를 위해 기능하였던 박람회의 한 형태가 바로 동물원이었다. 말하자면 동물원은 제3세계의 기이한 동물들을 전시해놓고 그것을 구경하는 형태의 관광이었던 것이다. 제국의 내부와 외부에 동시에 작용하던 이 시선은 한국에서도 창경원을 통해서 전시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창경궁에는 그 당시의 식물원이 아직도 그대로 유지보전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궁궐이 하나의 박람회장으로 변모시키면서, 일종의 민족적 자긍심을 억압하던 정치적 의도가 숨은 것이기도 하였다.)
과천 어린이대공원에서도 그러한 제국주의적 양식은 여전히 잔재하여 있었다. 이를테면 제3세계의 동물들이 있는 곳에 원시적 복장을 한 조형물 따위가 있는 것은 바로 그러한 것이었다. 또한 하나의 거대한 박람회로서 기능하는 동물원의 모습은 동물들의 배치를 하나의 출신 지역으로 분류하므로써 - 이는 부분적으로만 그러했고, 이것 외에 다른 대안을 요구한다 던가 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 - 동물들을 각각의 제3세계 자연경관들을 표상하도록 하는 것은, 하나의 제국적 위계의 시선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이러한 시선의 양식은 하나의 시각적 유희문화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근대적 시선의 출현은 곳곳에 산재하여 있었지만, 포스트 모던의 사회 속에서 조금씩 체험하는 관광의 어트랙션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자전거 패달을 밟아서 사자가 가지고 노는 공을 움직여서 사자를 관광객 스스로 조정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나, 유아동물들을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한 것, 새들을 묶어놓아서, 제한적이지만 우리 밖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 바로 그러한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관광사회학에서 중요한 주제 중에서 하나가 바로 진정성에 대한 것이다. 이를테면, 관광이란 허구적 진정성을 추구하는 행위로서, 순례와는 대조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 물론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쟁사가 존재한다. - 이처럼, 동물원이라는 관광대상도 사실, 진정성이 결여된, 허구적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관광객이 그 안에서 체험하는 것은 진정한 것일 수 있다. 이에 대한 가장 적합한 사례가 나의 데이트 도중에 나타났는데, ㅇㅈ이가 동물원을 다 구경하고 나가는 길에서,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진짜 좋아, 정말 자연의 신비를 느끼는 것 같아!"라고 말이다. 그는 실제로 동물원을 구경하면서 자연의 신비, 내지는 진짜 자연의 신비 등의 표현을 반복하여 사용한 적이 있는데, 이처럼 그에게서 동물원에서의 경험은 허구적 진정성이 아닌, 진정한 진정성에 해당되는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