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든 고귀한 관념은 전부 부르주아가 가져갔다고 생각한다. 사랑, 우정, 믿음, 친절, 배려, 혹은 연대, 해방, 심지어 '혁명'까지도 나는 부르주아가 가져갔다고 생각한다. 과연 노동력말고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노동자가 어느 가치 하나라도 제대로 가져볼 수 있는가. 마르크스는 '선언'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부르부아지는 역사에서 매우 혁명적인 역할을 하였다. …부르주아지는 신앙심 갚은 광신, 기사의 열광, 속물의 애상 같은 성스러운 외경(畏敬)을 이기적 타산이라는 얼음처럼 차디찬 물 속에 빠뜨려 버렸다."(마르크스, 엥겔스 저, 김태호 역, 『공산주의 선언』p.6)

   말하자면, 부르주아지는 역사에서 혁명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모든 봉건적 유산들을 폐기하고 모든 귀족적 가치와 신성함을 폐기하고 세속의 자본논리로 그것을 대체하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0년 후 지금은 어떤가. 부르주아는 귀족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혁명'의 표상이 무엇인지 보아라. 그것은 마르크스도 레닌도 아니라, 스타벅스 컵 안에 그려진 체게바라이며, 밥 말리나 존 레논의 음악이고, 그보다 추한 형태는 서점가 마다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스티브 잡스의 평전이다.

   사랑도, 명예도, 우정도, 친절도, 배려도, 연대도, 해방도, 모두 우리의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잃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어쩌면 목숨 밖에 없는지도 모른다.